[축구] 50년대 골잡이 외아들, 축구행정가로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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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 60년대 한국축구 간판 스트라이커의 아들이 대한축구협회에 취직, 한국축구를 위해 대를 이어 일하게 됐다.

주인공은 조윤옥(60)씨의 외아들인 준헌(27)씨. 올 2월 건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할 예정인 준헌씨는 협회가 최근 실시한 신입사원 공개모집에서 73: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11일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다.

이날 합격통보는 아들 준헌씨보다는 아버지 윤옥씨에게 더 큰 기쁨이었다.

조윤옥씨는 59년부터 69년까지 10년동안 한국축구대표팀 간판스트라이커를 지냈던 선수출신으로 웬만한 축구인들은 그의 빠른 스피드와 탁월했던 골감각을 아직까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59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회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60년 2회대회 말레이시아와의 결승전서도 2골을 터트려 우승트로피를 선사했다.

그 해 청소년대표가 아닌 국가대표로 참가한 제2회 아시안컵축구대회에서도 이스라엘전 2골, 베트남전 2골을 각각 기록하며 한국 우승의 주역이 됐다

뿐만아니라 62년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을 2위에 올려놓아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한국축구는 `조윤옥'으로 대변됐다.

당시의 대표팀 멤버로는 지난해 설악산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고 함흥철씨를 비롯, 문정식, 최정민, 우상권, 박경화씨 등이 있다.

69년 무릎이 좋지 않아 선수생활을 접었던 조윤옥씨는 이후 실업팀 포항제철에서 코치와 감독을 지내며 지도자로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83년에는 국가대표팀 사령탑에도 올랐으나 성적이 부진했던 데다 정치권의 입김도 작용, 6개월만에 물러나는 풍파를 겪기도 했다.

지금은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 포항으로 이주, 신병치료에만 전념하고 있다.

아들 준헌씨는 이런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탓인지 어릴 때부터 축구를 보는것이 최고 신나는 일이었으며 실제로 실력도 상당했으나 한 번도 선수생활을 하지는 않았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회를 관리, 감독하는 경기부에서 일하게 된 준헌씨는 "한국축구가 위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행정 분야에서 한국축구의 전성기가 다시 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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