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의 변호인 접견 … 중국 국내법 내세워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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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중국 공안당국이 50일째 구금 중인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의 가족들이 요청한 변호인 접견을 불허했다. 정부 당국자는 16일 “중국 랴오닝성 국가안전청 측이 지난 15일 김씨에 대한 변호인 접견 신청을 허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국가안전위해죄나 테러범의 경우 변호인 접견을 거부할 수 있다는 국내법을 근거로 들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의 허잉 총영사를 외교통상부로 불러 “인도주의와 피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조속히 변호사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하라”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김씨와 동료 3명은 지난 3월 29일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다 체포돼 단둥의 랴오닝성 국가안전청에 구금돼 있다. 정부는 영사 접견을 구금 한 달 뒤인 지난달 26일 한 차례 한 뒤, 중국인 변호사를 선임해 지난 10일 변호인 접견 신청을 냈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무소속 유성엽(전북 정읍) 국회의원의 친동생인 유재길씨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 의원은 “총선 직전 동생 소식을 전해 듣고 비공식적으로 외교 당국에 선처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중국 측이 이를 거부하자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씨가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석방대책위원회는 16일 “외국인을 격리시킨 채 변호사 접견 신청마저 기각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인권침해”라며 “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성명을 내고 “김씨 일행에 대한 강제 구금 상태를 지속한다면 중국 당국의 반인권적 태도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커질 것”이라 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국가안전위해죄’를 김씨 일행에게 적용한 것부터가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씨와 함께 북한 인권운동을 해온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김씨의 활동은 북한 인권운동이지, 중국의 안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라며 “ 북한 지도부를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김씨 등의 죄명이 ‘국가안전위해죄’라는 점만 통보했을 뿐,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해선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 대중 외교 협상의 급을 어디까지 높여야 하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외교 이슈가 아닌 영사 사안으로 처리하려던 입장을 바꿔 전면적인 외교 이슈로 다룰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김씨 등이 중국 내 행적을 밝히길 꺼리고 국내 언론에 보도되는 것도 꺼리는 듯하다”며 “김씨 외 3명의 경우 ‘영사 면접을 원치 않는다’는 각서를 썼고 가족을 통해 친필 확인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전화 통화로라도 본인 의사인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요청을 중국 측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의 유관 부문이 법에 따라 조사, 처리 중”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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