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양, 의기양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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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

왕양(汪洋·57) 중국 광둥(廣東)성 당서기의 정치 행보가 거침없다. 왕 서기는 최근 들어 민감한 화두인 정치 개혁에도 소신 있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9일 개막한 광둥성 11차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그는 “인민의 행복은 당과 정부가 은혜를 베푸는 것(恩賜)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민의 행복추구권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법치와 민주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왕 서기의 이번 발언은 정치 개혁 주장을 편 것이라고 홍콩 언론은 분석했다.

 10일엔 선전시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선전시가 시장경제 개혁을 견지하지 않으면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충고했다. 이어 “(개혁을 향한) 열정이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며 개혁을 적극 독려했다. 당 대회 폐막식이 열린 14일에는 “실사구시(實事求是)가 당의 모든 개혁·개방 경험의 정수”라고 말했다.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추구하는 개혁론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왕 서기는 지난해 발생한 최대의 정치 위기였던 광둥성 우칸(烏坎)촌 주민 시위 사태를 올 들어 원만하게 마무리하면서 위기관리 능력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민들의 직선제 요구를 과감하게 수용했고 비리 간부들을 엄벌해 민심을 안정시켰다.

 충칭(重慶)시 당서기와 정치국원 자리에서 낙마한 라이벌 보시라이(薄熙來)가 사실상 저문 해라면 왕 서기는 떠오르는 해와 같다.

 이 같은 상황 반전은 보 전 서기의 최측근이었던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영사관 망명 기도 사건(2월 6일), 뒤이어 터진 보 전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영국인 사업가 살인 혐의 공개(4월 10일)가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왕 서기의 뒤에서 공청단의 좌장 격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후원자 역할도 해주고 있다. 그 때문에 올가을 열리는 18차 중국공산당 당 대회에서 보 전 서기 대신 왕 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거머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면 차기 국무원(중앙정부) 상무부총리가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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