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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불·혼 일체 '국보1호 기와' 1050℃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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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000도를 넘는 고온의 가마 속에서 기와가 익어가고 있다. 2008년 방화로 소실된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 복구에 쓰일 기와들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기와장인 한형준 제와장과 제자들이 국민의 염원을 받들어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학교에 마련된 가마에서 기와를 굽고 있다.

 “숭례문 화재 당시 기왓장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스승님과 함께 정성을 다해 기와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김창대 전수조교의 표정이 결연하다. 숭례문이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이들은 숭례문 복구에 필요한 기와 2만2000여 장을 구워내고 있다. 암키와, 수키와, 암막새·수막새 기와, 잡상, 착고, 토수, 용두, 취두 등 총 9종류다.

 기와 만드는 일은 흙을 고르는 것부터 조심스럽다. 풀이 없는 이른 봄이나 가을에 표층에서 50~100㎝ 밑에 있는 흙을 채취해 쓴다. 불순물을 걸러내고 반죽을 해 흙판을 만든다. 나무로 만든 와통에 흙판을 붙이면 기와의 기본 형태인 흙통이 완성된다.

이후 2~3주 건조 과정을 거친다. 제작의 모든 일이 중요하지만 불을 지피는 과정은 특히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화력이 좋은 소나무만을 골라 불을 지피기 시작해 짚임불, 초불, 중불, 대불 넣기 순으로 가마의 온도를 높여준다.

3박4일간 밤낮으로 불을 때야 한다. 가마의 온도가 1050도까지 오르면 막음불을 하는데 모든 구멍을 막아 기와 표면에 은회색 탄소층이 형성되도록 한다. 기와가 제대로 구워지고 가마가 식을 때까지 4~5일이 더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은 전통방식에 따라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이유다. 수제 기와는 기계 기와에 비해 미세기공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급격한 기후변화에도 파손율이 작다. 또한 무게도 가벼워 지붕의 하중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문화재청은 올해 연말 숭례문 복구를 완료할 예정이다.

글·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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