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85㎡ 이하 아파트 ‘한 지붕 두 가족’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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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2인 가구를 위한 멀티홈(Multi-home)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방 하나를 세놓는 식이 아니라 아예 아파트 공간의 일부를 세입자용으로 만드는 새 유형의 아파트다. 세입자는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원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아파트의 편의시설과 경비·관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자녀의 결혼으로 가족 수가 줄어든 노부부가 멀티홈을 활용하면 임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국토해양부는 13일 멀티홈 규제를 완화한 ‘공동주택 사업계획 승인’ 지침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14일부터 시행한다. 지금도 아파트를 부분 임대할 수 있게 만든 아파트가 있다. 그러나 모두 면적이 넓은 아파트(전용면적 85㎡ 초과)였다. 앞으로는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아파트도 ‘한 지붕 두 가족’ 용으로 지을 수 있다. 1~2인 가구의 비중이 전체 가구의 절반(48.1%)에 육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멀티홈은 집 하나에 여러 가구가 산다는 의미다. 예컨대 방 3개, 화장실 2개인 아파트에서 화장실이 달린 방 1개를 세입자용으로 만드는 식이다. 이때 세입자가 주인집을 통하지 않고 드나들 수 있는 독립된 출입문을 만들어야 한다. 또 세입자용 공간에는 화장실 한 개는 꼭 있어야 하고, 세입자용 공간의 총 면적은 주택법에 명시된 1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14㎡) 이상은 돼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멀티홈 용도로 나눔형, 쌍둥이형, 복층형 모델을 개발해둔 상태다. 나눔형은 자녀의 분가로 가족 수가 줄어든 노부부가 여유 공간을 임대할 수 있게 설계했다. 쌍둥이형은 전용면적 59㎡ 정도의 소형 아파트를 집 주인과 세입자가 반씩 쓰는 형태다. 복층형은 3개 층을 하나의 묶음으로 만든 설계다. 1층과 3층은 각각의 집주인이 쓰고, 두 공간으로 분리된 2층은 1, 3층 주인이 반씩 소유해 임대하는 형태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건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를 개조해 멀티홈으로 활용하는 것은 안 된다”며 “다만 동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등 안전 조사를 거칠 경우엔 개조가 허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멀티홈이 한순간에 급격히 늘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경기도 남양주시, 서울시 휘경동에서 멀티홈 형태의 아파트가 분양됐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9월 분양한 신동백 서해그랑블 2차의 멀티홈형 아파트(전용면적 117㎡)도 절반이 미분양이었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서울 개포지구에서도 멀티홈을 늘리라는 서울시 요구에 조합원이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재건축할 때는 소형 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지어야 하는데, 멀티홈은 소형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아 ‘이중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국토부 실무 담당자인 박용선 사무관은 “멀티홈은 의무 규정이 아니라 대학가 주변 등 작은 아파트 수요가 많은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가 인접한 서울 흑석동 뉴타운 사업에서 이미 멀티형 아파트가 추진되고 있다.

김영훈·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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