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권양숙 비서 계좌에 10만원 수표 20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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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이 지난 9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3월 경찰기동대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유족으로부터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청장은 9일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2008년 부인 권양숙 여사의 보좌를 맡았던 청와대 제2부속실 직원 두 명의 계좌에서 10만원짜리 수표 20장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이 계좌는 청와대 근처 우리은행 삼청동 지점에 개설된 것이니 그 계좌를 조사해보면 (내 발언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청장의 이런 진술은 2009년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의 비자금 수사에 참여했던 대검 중수부 전직 수사 관계자의 증언과 유사하다. 이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2009년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 계좌에 수상한 자금이 입금된 단서를 포착해 조사를 벌였다”며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출처 확인에 실패했는데 조 전 청장이 그 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그러나 ‘계좌 명의자와 계좌번호가 무엇이냐’는 검사의 추궁에는 “그건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청장은 “당시 대검 중수부의 노 전 대통령 수사 자료를 확인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봉인된 수사 기록의 검토를 요청했다고 한다. 조 전 청장은 자신의 차명계좌 발언이 담긴 강연녹취록 전문을 검찰에 참고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이 이전에 제출한 서면진술서와 추가로 이어진 서면조사 때보다 더 구체적인 진술을 함에 따라 해당 은행 지점에 실제 권여사 비서 명의로 된 계좌가 있는지, 그 계좌에 입출금된 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하지만 조 전 청장이 계좌 명의자와 계좌번호를 특정하지 않아 실제 추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검찰 조사에도 불구하고 조 전 청장의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그는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사법처리될 수 있다. 앞서 조 전 청장은 9일 조사를 받고 귀가하면서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후회하느냐’고 묻자 “당연히 후회한다 ”고 밝혔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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