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마냥 무시하진 못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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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소기업중앙회는 동반성장위원회의 대기업별 동반성장지수 발표를 반겼다. 대기업들이 앞으로 동반성장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10일 “일부 대기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56개 기업의 평가 등급을 모두 발표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는 논평을 냈다. 중기중앙회는 이어 “대기업들이 그룹 총수를 중심으로 동반성장에 더 관심을 갖기를 기대한다”며 “중기를 미래의 성장 기회를 함께 나눌 파트너로 인식하고 기업 내 동반성장 시스템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동반성장위원회 중기 대표 위원인 이재광(53) 광명전기 대표는 “처음인 만큼 대기업들이 잘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주물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앞으로 중소기업을 마냥 무시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평가가 대기업과 중기 간 거래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생활가전업체 관계자는 “동반성장 지수가 높게 나온 대기업 중에는 중기에 물품을 발주했다가 부당하게 취소한 기업이 포함돼 있다”며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대형 전기·전자 업체 42개사에 대해 “협력업체에 물품 제조를 맡겼다가 부당하게 취소해 피해를 끼쳤다”며 배상과 시정 조치를 내린 데 대한 것이다.

 또 평가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평가받은 대기업들은 이미 중기와의 관계가 선진화돼 있다”며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덩치는 작으면서도 중기와 거래가 많은 기업들로 평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기에 어려움을 주는 기업이 평가에서 쏙 빠져 지수를 매기고 발표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였다.

 평가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의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나왔다.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업체는 “대기업이 공급가를 일방적으로 제시하면 우린 꼼짝 못한다”며 “이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현실이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의 반발과 관련,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을 잘 못하고 있어 정부가 이런 평가를 한 것인데 반발하는 것은 앞으로도 동반성장을 안 하겠다는 얘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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