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수의 싱가포르뷰] ‘Sell India’ 외국인 자금 빠져나가는 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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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싱가포르에 사는 인도 사람은 ‘싱가포르는 인도의 직할시’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싱가포르 국민의 9.5%, 외국인 노동자의 35%가 인도인이다. 인도 투자 전문기관과 펀드가 싱가포르에 몰려 있다. 지난 10년간 인도에 투자된 해외투자의 10%가 싱가포르에서 집행됐다. 싱가포르는 인도의 경기를 인도 밖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느끼는 인도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는 괜찮겠지’ 했던 펀드매니저도 기대감을 접는 분위기다. 얼마 전 만난 한 인도 펀드매니저는 자신이 인도에서 운용하던 외국 자금이 회수돼 대부분 인도네시아로 갔다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인도는 지난달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성공시켰다. 중국은 불편한 기색이다. 중국 주요 도시가 인도 미사일의 사거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는 1962년 히말라야 국경선을 놓고 짧지만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한 달 새 70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인도가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려 하자 중국이 철수하면서 전쟁이 끝났다. 이후에도 충돌은 이어졌다. 최근엔 아프리카의 에너지 자원 확보 과정에서 양국이 갈등을 겪었다.

 미국은 인도를 밀어주는 모양새다. 미국 입장에서 인도는 아시아, 특히 남아시아에서 중국이 추구하는 패권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인도의 경제 성장은 미국 등 서방국에는 시장 발전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있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인도를 적극 지원했다.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던 인도에 해외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해외직접투자(FDI)가 크게 확대된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제 성장률은 9%대를 넘어섰다. 한국도 이때부터 인도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고, 펀드 시장에선 인도 펀드 붐이 불었다.

 아쉽게도 인도는 이런 호황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낙후된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 인도의 경제구조는 중국과 매우 다르다.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해 작황에 따라 농업뿐 아니라 국가 내수 경기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극단적인 빈부격차로 중산층이 취약하다.

 얼마 전까지 인도를 브릭스(BRICs)의 한 축으로 바라보던 해외투자자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지난주에는 신용평가사 S&P가 무역·재정 적자를 이유로 인도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낮췄다. 현재 인도의 등급은 가장 낮은 투자 적격 등급인 BBB-다. 신용등급이 추가로 낮아진다면 인도 채권은 ‘정크본드’로 떨어지게 된다. 해외투자 자금이 빠져나가 고민인 인도에 치명적이다.

 그러나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다. 중국과 기존 선진국들과의 정치적·경제적 역학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전략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여러 가지 한계에도 매력적인 시장임이 분명하다. 한국도 지난 몇 년간 인도에 활발하게 투자했다. 다만 국가 경제와 사회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화려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 투자자도 인도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무엇보다 전체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감안해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한홍수 KIARA 주식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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