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편의점 약 1일분씩 소량만 팔고 시골환자 위해 약 자판기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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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편의점의 감기약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해 올 11월 말부터는 전국 2만여 개의 24시간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살 수 있게 됐다. 휴일과 야간에도 손쉽게 감기약과 소화제·해열제 등을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한결 편리해진다.

 보건복지부도 후속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이달 중에 전문가와 소비자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품목선정위원회를 구성해 20개 이내로 편의점 판매약 품목을 정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앞서 2월 타이레놀·판콜에이·베아제 등 24개 후보 품목을 발표한 바 있다. 복지부 정경실 의약품정책과장은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고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 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편의점 판매에 따른 의약품의 오남용을 어떻게 막느냐다. 품목선정위원회에서 정한 약은 24시간 연중 영업하는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하게 된다. 개정안에 따라 편의점 관리자는 의약품 판매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교육을 받지 않은 종업원도 약을 팔 수 있다. 편의점에서 약을 살 때 무분별한 약 혼용이나 남용의 위험성을 제대로 들을 수 없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한약사회가 편의점의 감기약 판매를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편의점에서의 약 구매는 소비자 판단과 책임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잘 알아서 약을 구매하는 게 우선 해결책이라는 얘기다. 남용을 막기 위해 편의점 판매용 약은 소량으로 포장해 1일분씩 판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편의점에서 유통 중인 약의 위해성이 확인되면 판매가 차단되는 시스템도 도입된다. 모든 편의점이 위해 의약품 차단 시스템을 설치하고 식약청이 이 시스템에 위해성이 드러난 약품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약은 바코드가 찍히지 않아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편의점도, 약국도 없는 읍·면 농어촌 지역에 대한 대책 마련도 과제다. 전국 1416개 읍·면 중 절반가량이 해당된다. 낮에는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 약을 얻을 수 있지만 야간이나 공휴일에는 대책이 없다. 복지부는 일단 지역 대표가 사는 곳에 약을 비치하는 방식을 더 확대하거나 보건지소에서 야간에도 약을 공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읍·면 지역에 구급약 상자나 약품 자동판매기를 설치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통과 지연으로 논란을 빚었던 응급의료법 개정안도 2일 역시 국회를 통과했다. 복지부는 2016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중증외상센터 17곳을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인프라 확대 못지않게 환자 이송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길준 대한외상학회장(서울대병원 응급의료과 교수)은 “심하게 다친 외상 환자를 곧바로 전문 시설과 인력이 있는 외상센터로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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