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기호학이란…

중앙일보

입력

저자는 이 책에서 화쟁기호학이란 다소 생소한 이론틀을 제시한다. 그는 진작에 '화쟁기호학-이론과 실제' 란 저작을 통해 토종의 우리 인문학 이론을 선뵌 바 있는 소장 학자다.

화쟁기호학이란 한마디로 원효의 화쟁사상을 통해 형식주의 비평과 마르크시즘 비평을 하나로 아우르자는 통합적인 인문학 이론이다.

이 책에서 그는 '삼국유사' 텍스트의 내적 구조를 분석하면서 사회.문화.이데올로기와 연관시켜 해석하여 구체적 삶의 진실성을 드러내면서, 이를 다시 수용자의 맥락에서 살피고 다른 텍스트와의 영향관계를 살펴, 텍스트의 의미와 미적 가치를 끊임없는 진동의 과정 속에 두고 있다.

그가 제시한 분석의 도식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하나의 텍스트 속에는 반영상과 굴절상이 존재한다. 텍스트의 미학적 가치는 이 반영상과 굴절상을 해체하여 재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여기에는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은유의 구조와 인접성을 근거로 한 환유의 구조가 작용한다.

이 은유와 환유를, 드러나는 모습인 '품' 과, 숨어 있는 본질인 '몸' , 역동적으로 운동하고 작용하는 기능인 '짓' 으로 범주화해서 텍스트의 의미를 포착한다. 그러나 그 의미는 의미를 만들고 실천하는 원리인 '세계관' 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고대 신라인의 세계관은 신라적 신선사상이자 샤머니즘이라 할 수 있는 풍류도의 세계관을 지녔고, 불교가 들어 오면서는 융합하여 풍류만다라의 세계관을 지향하였다. 그리고 선덕여왕대 이후 화엄사상을 수용하면서 화엄만다라를 지배적 세계관으로 삼는다.

하나 하나의 텍스트를 이 세계관의 거울에 비추어 읽어보면, 그 속에 담긴 신라인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일관된 원리를 캐낼 수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