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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쿠킹 마초의 북미 스타일 손맛은 ‘재미있게 푸짐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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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스타 셰프와 그의 요리를 음미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스타 셰프의 맛집’. 2회는 터프한 외모와 거침없는 말투로 ‘쿠킹 마초’라 불리는 레이먼 킴(36)과 그가 총괄 셰프(Executive Chef)로 일하는 강남구 신사동의 ‘시리얼 고메’다.

송정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레이먼 킴은 가로수길에 있는 레스토랑 ‘시리얼 고메’에서 북미 요리를 선보인다. 그는 “북미 요리는 이민자의 음식으로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연한 만큼 다양한 가능성 가진 북미 요리

레이먼 킴은 레스토랑 컨설턴트이자 총괄 셰프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요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라디오 게스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루 4시간 밖에 잠을 못 잘 정도다. 5월 스케줄은 이미 빼곡하게 채워졌다. 그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북미 요리’를 선보인다. “북미라고 하면 미국·캐나다와 멕시코가 있는데 멕시코를 제외하면 이민자가 많아요. 이 때문에 요리의 뿌리가 없어요. 새로운 곳에 이주한 사람들이 본토에서 먹던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비슷한 식재료를 찾아내 요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본토 요리와는 다른 요리가 태어난 거죠.” 유연함을 가진 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

 레이먼 킴이 북미 요리를 하는 것은 그의 요리 인생이 캐나다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이민을 떠나 캐나다 대학에서 항공을 전공하던 중 우연히 들은 칵테일 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내친 김에 ‘프리셰프 트레이닝’ 과정까지 들었다. “혼자 자취할 때도 전혀 요리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수업을 들으면서 ‘이 일이 나한테 참 잘 맞다’는 걸 느꼈죠.” 과정을 마친 후 캐나다에서 셰프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주니어 수석셰프라는 중책을 맡았고 이후 승승장구했다. 10년 동안 캐나다의 부촌부터 중심지 토론토, 한인타운, 미국 뉴욕까지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

잠시 쉬러 한국 왔다가 재미있는 요리 합류

1. 스파이시 홈메이드 소시지 펜네

2006년 8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모국에 온 레이먼 킴은 세 달 후 타파스 레스토랑을 열며 한국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 나올 때만 해도 휴식이 목적이었던 그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은 ‘재미’였다. “2000년 한국에 놀러 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퓨전 요리 열풍이 불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스시에 크림소스 뿌리는 것처럼 굉장히 초보적인 단계여서 실망했던 기억이 나요.” 6년 만에 찾은 한국은 달랐다. “화덕피자도 생기고 젊은 요리사도 많아지고 괜찮은 레스토랑들도 생겨나고 있었어요. 일종의 과도기였죠. 그런 모습을 보며 저도 한 축이 돼 보고 싶다는 생각에 뛰어 들었어요.” 이후 방송을 통해 그의 요리가 알려졌고 하나 둘 그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방송을 시작한 것도 재미였다. “CF모델처럼 나와서 ‘제가 레이먼입니다’하는 방송이라면 안 하죠. 제가 리드를 하고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샘 킴과 함께 하는 케이블TV 프로그램은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현재 시즌2가 진행되고 있다. 명실상부한 스타 셰프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스타 셰프’라는 호칭이 쑥스럽다며 손사래 친다.

손님들과 대화하고 게시판 질문엔 직접 답변

2. 스패니쉬 오믈렛

레이먼 킴에게는 자신만의 요리 철학이 있다. 먼저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망하는 레스토랑을 보면 이유가 있는데 바로 식재료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죠. 사람들의 혀는 거짓말을 안 해요.” 이 때문에 레이먼 킴은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등 식재료에 특히 신경 쓴다. 배려도 중요시 여긴다. 그는 시리얼 고메를 찾는 손님들에게는 다가가 이야기를 나눈다. “손님들이 이곳을 찾을 때는 보통 특별한 날 아닐까요. 허기를 채우고 싶다면 더 저렴한 메뉴를 선택하겠죠. 그때 제가 가서 이야기를 건네면 그 손님의 하루가 더 특별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삼겹살집에 갔을 때 사장이 와서 고기를 구워주고 말을 건네면 저부터 배려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의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에 직접 답을 한다. “질문을 하는데 대답을 하지 않는 건 건방지다”는 것이 이유다.

 마흔이 되면 책을 낼 계획이다. 레시피와 사진이 가득한 요리책이 아닌 자신의 삶을 담은 책이란다. “18세부터 지금까지 요리사로 걸어온 과정을 바탕으로 10대, 20대 후배들에게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물론 그 책을 50세가 됐을 때 보면 부끄러울 거라는 단서는 달 겁니다.”

시리얼 고메(Serial Gourmet)는

레이먼 킴이 북미 스타일의 요리를 선보인다. 2010년 11월 문을 연 이후 레이먼 킴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늘 북적거린다. 미식을 뜻하는 고메(Gourmet)와 연속을 뜻하는 시리얼(serial)을 합친 이름은 ‘맛있는 요리가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층과 3층이 각각 다른 컨셉트로 꾸며져 있다. 2층은 편안한 분위기로, 3층은 새하얀 벽면에 미술 작품이 걸려 있어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주방이 개방돼 있어 레이먼 킴을 비롯해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주방 설계부터 메뉴 선정까지 레이먼 킴이 진두지휘한 만큼 그의 요리세계를 엿볼 수 있다. 북미 요리의 특징을 살려 푸짐하게 내놓는다. 레이먼은 ‘양 많고 배 터지게,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게’라는 컨셉트인 만큼 푸짐하게 나온 음식을 함께 온 사람, 혹은 옆 테이블 손님들과 기분 좋게 나눠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2-542-0880

주소 강남구 신사동 541-13

# 레이먼 킴의 추천 메뉴

1. 스파이시 홈메이드 소시지 펜네
시리얼 고메의 인기 메뉴로 직접 만든 소시지를 즉석에서 으깬 토마토와 함께 요리해 신선한 맛을 자랑한다.

2. 스패니쉬 오믈렛
계란을 섞지 않고 반숙 상태의 계란을 노른자와 흰자가 분리된 상태로 올려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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