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오는 사춘기, 부모 대처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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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사춘기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선 아이의 신체는 물론, 심리변화 원인에 대해 부모가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도 빨라졌다. 사춘기가 빨리 오면 부모보다 아이가 더 당황스러워하기 마련이다. 정서적으로는 아직 어린 아이인데, 신체적으로 어른의 모습을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사춘기를 빨리 시작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가 사춘기를 지혜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마음의 준비 시켜 대처 도와야

 일반적으로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 비해 2차 성징이 빨리 시작된다. 여자아이의 경우 만 11~12세, 남자아이의 경우 만 12~13세 쯤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키가 훌쩍 자라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을 보면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유전적 소인이나 후천적 요인 등에 따라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대개 사춘기나 2차 성징의 시작은 여자아이가 빠르다. 어느 날 갑자기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아이들은 당황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 3학년이 되기 전 엄마는 딸에게, 아빠는 아들에게 곧 다가올 신체변화에 대해 일러주는 게 필요하다. “어떤 변화가 생기더라도 그런 변화는 네가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어서다” “남들보다 자라는 속도가 조금 빠를 뿐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가르쳐줘야 한다. “엄마, 아빠에게 그 변화를 알리면 함께 상태를 살피고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하면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 아이도 자신에게 일어난 신체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하는 방법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2차 성징이 나타날 때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 성숙하지 못해 판단력 부족

 반항 등 사춘기에 나타나는 행동변화의 원인을 호르몬에서 찾는 게 일반적이었다. 사춘기가 되면 호르몬 변화로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대담해지거나 반항적·공격적이 되고, 감정기복이 심하며 성적 호기심이 발동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사춘기 문제 행동의 원인을 호르몬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학자들은 사춘기를 이해하는 단서로 ‘뇌’를 거론하며 사춘기의 성급한 판단력, 정서불안, 문제행동의 원인과 대처하는 방식을 뇌 과학에서 찾고 있다.

 10대의 뇌는 이마엽의 기능이 새롭게 태어나는 단계로, 어른에 비해 종합적인 사고와 판단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며,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상대의 불쾌한 말이나 행동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지신경과학자인 사라 제인 블레이크모어는 “10대들은 뇌가 성숙하지 못해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거나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예측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무례하고 자기만 아는 10대들은 어른의 뇌로 성숙해져야 사회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춘기 특성부터 이해해야

 아이가 사춘기를 겪을 때는 우선 사춘기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아이가 왜 정서·심리변화를 겪고,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지’를 알면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빨라지는 사춘기』 저자 김영훈(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박사는 “‘그 나이 때는 누구나 그렇지’라고 단순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신체발달과 정서·심리·사회성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춘기 무렵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과정을 파악한다면 아이의 잘못된 행동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경우 아이도 자신의 뒤에 부모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잠시 일탈을 했다 하더라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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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민 pd myjjong7@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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