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폐암, 진행된 병기에 따라 생존율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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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연재 건강한 이야기

인하대병원 폐암센터
호흡기내과 류정선 교수

폐암의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생존율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폐암은 초기병기보다는 진행된 병기로 발견되는 경우가 다른 암보다 더 흔한데, 진행된 병기의 경우는 완치를 노려볼 수 있는 치료법이 아직 없어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10년간 본원에 내원했던 폐암 환자를 조사해 본 결과, 약 80% 정도가 진행된 병기에 해당되는 3기, 4기 폐암이었다. 대한폐암학회에서 2005년도 한해 동안 진단된 우리나라 폐암에 대한 조사에서도 3기, 4기 폐암 환자는 전체 환자 중 75%를 차지하였다.

그렇다면 진행된 병기에 따른 생존율은 어떻게 될까?

초기 병기인 1병기에 폐암을 발견할 수 있다면 5년 생존 가능성 70% 이상이지만, 진행되어 3, 4병기에 진단되면 치료를 받더라도 5년 생존 가능성 10% 이하로 예후가 불량하다. 따라서 암 검진을 통하여 초기 병기에 폐암을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폐암이 우리나라 국민 암 사망원인 1위의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5대 암 검진(위, 간, 대장, 유방, 자궁 경부암)에는 폐암이 빠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폐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폐암 생존율 높이는 조기검진 ‘저선량 CT’

2011년 11월 미국국립암센터는 저선량 CT가 폐암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NLST(National Lung Screening Trial)’ 결과를 발표하였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비를 지출하였던 임상시험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던 이 연구는 폐암에서 저선량 CT를 이용한 조기검진이 효과적임을 최초로 밝혀준 계기가 되겠다.

NLST 연구를 간단히 살펴보면, 폐암 발병 위험이 높은 하루에 한 갑 이상씩, 30년 이상 담배를 피웠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55~74세 건강한 성인 53,464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3년 동안 매년 저선량 CT를 시행하는 군과 단순 흉부 방사선 촬영을 시행하는 군으로 나누어 두 집단 간 폐암 사망률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았던 것이다. 이 연구에서 매년 한 번씩 저선량 CT를 실시하였던 집단에서 폐암 사망률을 20% 낮추었음을 밝혔던 것이다.

그러나 저선량 CT를 촬영하게 되면 폐암과 비슷한 유사병변들이 흔히 관찰되는데, 폐암과 이 유사병변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가장 중요한 숙제로 남아있다. 이외에도 폐암 검진 목적으로 저선량 CT를 임상에서 사용하기 전에 풀어야 할 몇 가지 다른 숙제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폐암 조기검진 프로그램 필요

폐암의 발병 위험을 줄이고, 더 나아가 위험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하여 최선의 대책은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피우는 분은 금연을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금연 홍보정책의 지속 및 효율성 개선을 위한 노력들은 당연히 지속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 중 성인 남자 40% 이상이 현재 흡연을 하고 있고, 과거에 흡연했던 국민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적어도 60% 정도에 이를 것이다. 결국 상당수 국민이 폐암의 발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이를 걱정하고 있다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흡연자와 같은 폐암발병 고위험군에서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적절하고, 효율적 폐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 및 연구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흡연 중이거나 과거 흡연력 때문에 폐암 발병을 걱정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검진목적으로 시행하는 저선량 CT의 장, 단점을 알아보고 시행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 하겠다.

호흡기내과 류정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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