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 경영복귀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입력

정몽헌(MH) 회장의 경영복귀는 한마디로 '오너'의 책임경영으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정 회장의 복귀는 지난달 20일 현대건설 자구계획 발표당시 예고됐으며 이번 발표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게 현대 안팎의 시각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예상과는 달리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 회장으로만 복귀, 자신의 역할을 축소했다.

이를 두고 금융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건설 이사회 회장으로서 복귀하는 것은 중요한 의결사항만 챙기고 직접적인 경영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완전한 경영복귀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 회장은 이에대해 "기업의 경영과 소유를 분리해야 한다는 소신에서 현대건설 이사회 회장으로만 복귀한 것"이라며 "향후 국내 기업현실에서 전문경영인이 할수 없는 분야에서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현대건설의 문제는 현금흐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신용등급이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이사회 의장으로서 현대건설 자구에 주력,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올해 유동성 위기로 현대건설이 지불한 이자만도 7천억원에 달했지만 경상이익 흑자를 냈을 정도로 현대건설은 우량기업"이라며 "올해와 내년 자구이행만 제대로 되면 빠른 시일내에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외 다른 계열사 이사회 회장으로는 복귀하지 않는다고 밝혀 이번 복귀로 인해 현대전자, 현대상선 등의 계열사 경영에 큰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건설 난관 여전히 많다= 정몽헌 현대건설 이사회 회장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자구계획중 계동사옥 매각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순조롭게 이뤄져 1조2천838억원의 자구를 이행, 금년말 부채는 4조4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이다. 현대는 내년 상반기까지 부채를 4조원으로 줄여야하며 내년에 회사채 1조8천억원을 포함해 2조5천575억원(국내 1조9천701억원, 해외 5억3천400만달러)의 단기 차입금을 처리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 만기연장된 자금 7천140억원을 더하면 내년에 모두 3조2천715억원을 갚아야 한다.

따라서 현대건설이 이 난관을 극복하려면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필수적이다.

정 회장 복귀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책임경영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 신용등급을 높이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것.

또 내년 시장상황도 큰 변수다. 증시침체와 돈 가뭄 등으로 시장 자금조달 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전자는 조기 계열분리, 금융은 매각= 정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전자는 사실상 계열분리돼 있다고 봐야 한다. 본인은 현대전자 경영에 전혀 간섭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정 회장은 전자와 중공업은 내년까지 계열분리를 완료하고 금융부문은 완전 매각한다고 발표했었다.

금융부문은 매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 AIG그룹과의 외자유치를 통해 금융부문을 정상화하되 경영권은 포기한다는 게 현대의 확고한 의지다.

◇ 정몽헌 회장 경영복귀후 현대그룹 모습은 = 금융부문 매각에 이어 내년까지 중공업.전자부문이 계열분리될 경우 현대그룹은 건설과 상선을 주축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는 대북사업과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5∼6개사만이 잔류하는 `미니그룹'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 회장이 현대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인 중공업, 전자, 증권 등을 상선지분을 매개로 지배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인교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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