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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인문학 서재 ③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팀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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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 선수 처음으로 국제탁구연맹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팀 감독. 운동과 책은 그의 오늘을 있게 한 두 기둥이다. 그는 삶의 다양한 노하우를 책에서 배운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탁구대 앞에서는 ‘천재’였지만 그는 늘 불안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세상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사는지. 합숙훈련과 시합 때문에 수업도 제대로 듣지 못했던 학창 시절, 그는 『어린 왕자』 『독일인의 사랑』 등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고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풀었다. 이제는 한국 탁구의 전설이 된 현정화(43) 한국마사회 탁구팀 감독에게 책은 휴식처이자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 창(窓)이었다.

 대한탁구협회 전무에 실업팀 감독으로 분초를 쪼개 쓰는 그가 더 바빠졌다. 1991년 일본 지바(千葉)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을 거머쥔 남북단일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코리아’(감독 문현성) 때문이다. 곳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밀려 든다.

 - 책 읽을 시간도 없겠다.

 “그렇다. 박경철의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을 읽으려고 사뒀는데 시간이 나지 않아 진도가 더디다. 바쁘게 살다 보니 놓치고 사는 게 많은 데 책을 보면서 그런 것을 챙기려고 한다. 나는 한길만 가서 그것만 안다. 책에서 삶의 구체적인 노하우를 얻는다.”

 그에게 책은 탁구공에 못지 않은 필수품이었다. 해외 경기나 훈련을 갔을 때도 책을 빠뜨리지 않았다. 한 달에 최소한 3권 정도는 읽었다. 책 제목과 저자 목록을 만들며 책을 몇 권이나 읽었나 따져본 적도 있을 정도였다.

 - 운동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탁구는 멘탈(정신) 게임이다.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지면 경기를 망친다. 절제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책을 읽으면 흥분이 가라앉고 자제력을 키울 수 있었다.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집중력도 커진다. 선수들에게도 책을 사주거나 독서를 권한다.”

 책은 그에겐 충전이었다. 최고의 탁구 선수였지만 소양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뭔가 1% 부족한 느낌을 버릴 수 없어서였다.

 - 독서로 얻은 것은 뭔가.

 “사회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궁금해서 책을 읽었다. 책을 보면서 나를 가둔 생각의 틀을 깰 수 있었다. 베스트셀러를 빼놓지 않고 읽는데, 많은 사람이 찾는다면 뭔가 귀 기울여 듣고 배울 만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 자기 분야에서 정상이었다. 남의 생각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적었을 텐데.

 “최고가 된 건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한 사람이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기술이 아닌 인성을 갖춰야 한다. 내가 최고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테이블 앞에서 실수하게 마련이다. 내가 최고라는 사실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게 그런 수양의 과정이다.”

 -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은.

 “신달자와 미우라 아야코의 책을 좋아했다. 작가에게 꽂히면 작품을 다 찾아 읽는 스타일이다. 한때 시드니 셀던 작품을 다 읽었다.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이나 론다 번의 『시크릿』처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 좋다. 긍정적이지 않으면 운동이 잘 되지 않는다. 선수를 지도할 때 보면 긍정적인 마음이 없으면 가르쳐도 잘 듣지 않는다. 『손자병법』은 여러 가지 전략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다가오는 게 많더라.”

 - 어릴 때 읽은 책이 더 기억난다고 했다.

 “운동이 힘들어서 그랬을 거다. 책을 읽고 감성이 풍부해지면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그러면 동기가 생긴다.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은 중학생 때 본 『어린 왕자』다. 어린 마음에도 ‘길들여 진다는 것’에 대한 말이 확 와닿았다. 진심을 다해 생각을 말하거나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길들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책을 쓰고 있다고 했는데.

 “탁구 입문서다. 기술을 구사할 때 내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다. 선수 앞에서 말로 해주는 건 잘했는데 글로 써보니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자꾸 쓰다보니 뒤죽박죽 됐던 게 다 정리됐다. 탁구의 감각을 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

하현옥 기자

현정화 감독이 권하는 책

-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 지음, 두란노)

-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지음, 창비)

-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지음, 쌤앤파커스)

-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박경철 지음, 리더스북)

- 4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니카타이 아키히로 지음, 바움)

현정화(43)=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이자 한국마사회 탁구팀 감독.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탁구 복식 금메달을 땄고, 세계선수권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선수 처음으로 2011년 국제탁구연맹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선수 이분희와 함께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한 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을 했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영화 ‘코리아’의 모태가 됐다.

◆현정화 감독과 함께하는 시사회=인터뷰 동영상은 ‘희망의 인문학’ 캠페인 홈페이지(http://inmun.yes24.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예스24가 가정의 달을 맞이해 현정화 감독과 영화 ‘코리아’ 함께보기’ 행사를 5월24일 오후 7시 서울 용산 CGV에서 엽니다. 홈페이지에서 댓글을 달아 참여 신청하면 됩니다. 5월20일까지 총 200명의 독자를 모십니다.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5월4일까지 해쉬태그 ‘#희망의인문학’과 함께 트위터에 올려주시면 총 5명을 추첨해 예스상품권(3만원)을 드립니다. 페이스북(facebook.com/yes24)에서도 응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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