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 앞날 순탄치 않을 듯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새롭게 출범했지만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올 1월 진통끝에 출범한 선수협은 18일 정기총회를 열어 집행부를 재구성한 뒤 사단법인 설립을 의결하고 새롭게 출발했지만 이날 참가한 선수와 구단 숫자로 볼때 대표성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여기에 선수협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들은 별도의 선수 단체를 만들 것으로 알려져 선수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고 예산 등 선수협 내부 문제점도 있어 험난한 가시밭 길이 예상된다.

이날 사단법인으로 발족할 선수협에 가입한 선수는 해외에서 가입 의사를 전해온 5명을 포함, 29명에 불과해 창립 총회에 참석했던 75명에 비해 급격하게 줄었다.

또 8개 구단중 비교적 탄탄한 재력과 대형 스타를 많이 보유한 삼성과 현대소속선수는 단 1명도 참석치 않아 KBO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KBO는 일부 강경파 선수들로 구성된 선수협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떠한 협상이나 대화도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BO와 8개 구단은 이런 맹점을 이용, 또 다른 선수 단체 구성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이같은 소문이 현실이 될 경우 선수협은 앞선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숫적 열세에 밀여 고사될 수도 있다.

회장으로 재추대된 송진우(한화)도 "구단들의 강압적인 협박과 회유로 많은 선수들이 참석하지 못해 앞으로 회원을 늘리는데 가장 큰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창립 총회에서 보여줬던 강경 노선 대신 현실을 인정하고 온건 노선으로 우선 세 불리기에 나서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송 회장은 KBO의 대응 단체 구성 소문에 대해 "명분에서 우리가 앞서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알아서 잘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선수협은 더 많은 회원 가입을 위해 활동비와 홍보비 등이 필요하지만 비대한 사무국 조직과 예산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어 자체 정비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더구나 창립 총회장을 가득 메웠던 팬들의 모습도 이날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어 내부나 외부적으로 모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조직이라는 대의명분이 있는 만큼 아직 가입하지 않은 선수들과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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