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위험 SRM 있나 꼼꼼히 확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검역관들이 26일 경기도 광주 미국산 쇠고기 검역시행장에서 개봉검사하고 있다. 검역당국은 이날부터 박스를 뜯어 이물질 등 을 확인하는 수량을 30%로 늘 렸다. [강정현 기자]

26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시행장. 겉면에 ‘Product of USA’라고 적힌 파란색 냉장 쇠고기 박스 300개가 검역관들 앞에 쌓여 있었다. 흰색 위생복을 입은 검역관들은 곧 박스를 하나하나 뜯기 시작했다. 고기들의 포장과 색깔을 살펴보더니 변질이 의심되는 제품이 있으면 냄새를 맡기도 했다. 전날 미국에서 광우병 젖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표정이 심각했다.

 한 검역관이 “불량으로 의심되는 고기를 어떻게 추가 검사하는지 보여주겠다”며 고기 한 팩을 들어 작업대에 올렸다. 검역관은 고기를 꺼내 칼로 자르더니 가장 먼저 온도를 쟀다. 0~10℃로 유지되지 않은 불량품인지 판별하기 위해서다. 또 수입 금지된 뇌·척수·꼬리뼈 등 특정위험물질(SRM)이 포함돼 있는지도 살펴봤다. 심하면 엑스레이 검사대에 제품을 통과시켜 금속성 물질이나 흙이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거친다고 한다.

 이 검역장은 하루에 600t가량의 미국산 쇠고기를 검사해 왔다. 그런데 이날 농림수산식품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 검사 비율을 기존 3%에서 30%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일감이 10배로 늘었다. 농식품부도 추가 인력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검역장을 관리하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이은섭 용인사무소장은 “단숨에 일거리가 많아져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 수 있다면 전수조사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역을 통과한 고기들은 냉동 물류창고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또 무작위로 표본을 뽑아 정밀 검사를 거친 뒤 최종 적합 판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 소장은 “검사 단계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물량을 전량 폐기하고 해당 가공업체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게 된다”며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는 안심하고 먹어도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검역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광주(경기도)=위문희 기자

◆검역 강화=농림수산식품부는 표본 검사 비율을 3%에서 30%로 10배 높였다. 국내법으로 가능한 조치여서 통상 마찰 가능성이 없다. 통관 기간이 길어질 수 있으나 수출국에서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검역 중단=수입은 하되 통관 검사를 중단하는 것이다. 사실상 수입이 중단돼 국내 소비자 동요를 막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렵다.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유럽·일본에 비교하면 대외적으로 과도한 조치로 비쳐질 수 있다.

◆수입 중단=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그러나 명백한 위험 요인 없이 수입을 막으면 통상 마찰을 빚을 수 있다.

경기도 광주 검역장 가보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