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트콤〈웬만해선...〉의 노주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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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있는데 굉장히 어려워요. 목에 힘을 빼고 툭툭 자연스럽게 튀어나와야 재미있게 볼 텐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오는 18일부터 매주 월-금요일 밤 9시 15분 방영될 SBS 새 일일시트콤〈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연출 김병욱)의 1회분 촬영장에서 만난 노주현(54)이 밝히는 첫 시트콤 연기 소감이다.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재학중이던 68년 TBS〈아씨〉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노주현은 그간 줄곧 '중후하고 세련된 신사' 역을 맡아 왔다. 따라서 이번 시트콤 출연은 그런 이미지를 벗기 위한 도전이다.

"주로 부유하고 힘 있는 역을 해 오다 보니 시청자와 거리가 있지 않았나 늘 생각했어요. 그래서 코믹 연기든 처절한 서민 연기든 시청자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배역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가 맡게 된 배역은 진급시험에 수 차례 떨어지면서 만년 소방 파출소장으로 전락한 '노주현'. 식사 때는 민첩하지만 화재현장 출동 때는 한없이 굼뜨고, 낙천적이지만 머리가 나쁜 인물이다.

그가 시트콤 연기에 나서게 된 것은 지압사로 한 차례 출연했던〈순풍 산부인과〉김병욱 PD의 제안때문. 당시 제안을 받으면서 마치 좋은 드라마 대본을 받았을때처럼 흥분되고 흥미를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힘을 빼고 우물쭈물하는 역인데 외형적으로도 소방서 간부급 폼이 나서 어려워요. 현역병 시절에도 '뒷모습이 간부'라는 얘기를 들었는데...시간이 좀 지나 자리를 잡으면 괜찮겠죠"

촬영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 먼저 웃다가 NG를 내거나 반대로 분위기를 일시에 썰렁하게 만드는 자신의 연기. 특히 신발에 묻은 개똥을 떼어내다가 서장과 마주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많이 웃어 NG를 연발했다고 한다.

김 PD가 특히 연기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연기'를 하지 말라는 것. 시트콤에서는 연기 대신 평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에 대해 노주현은 "과장이나 억지 연기, 황당무계한 설정 대신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웃음을 찾는 것이 김 PD의 스타일이죠. 대본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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