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육 살리자] 1. 학교체육의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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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중3은 현재 주당 3시간씩 실시하는 체육시간이 2시간으로 줄어든다. 고2와 고3은 2002년부터 체육과목이 선택으로 바뀐다.

서울시내 초.중.고의 경우 1백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을 갖추고 있는 학교는 42%뿐이다.

또 전국의 초.중.고 1만3백51개 가운데 실내체육관이 있는 학교는 23%인 2천3백82개다. 그러나 이중 1천6백2개는 주로 강당으로 활용한다. 전용 체육관은 7.5%인 7백80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운동부 전용이다.

교육현장에서 국민건강의 기본인 체육이 죽어가고 있다. 체육시간은 점차 감축하고 입시 위주의 교육풍조에 밀려 다른 시간으로 대체되기 일쑤다.

학교체육이 황폐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입시를 의식한 학부모의 '쓸데없는 체육시간 대신 영어나 수학 시간을 늘려달라' 는 요구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교사들과 나이많은 교사들은 체육시간을 피한다.

그리고 교육 투자가 점차 열악해지면서 체육시설을 확충하지 못하는 점도 한몫 하고 있다고 학교체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학교체육을 담당하는 정부 부서도 없다. 교육부에 학교시설환경과가 있지만 학교체육시설 업무와 체력검사 등에 관한 사항이 소관업무다.

문화관광부의 체육국은 엘리트 체육만 관장하기에 학교체육과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학교체육은 내팽개쳐져 있다.

학교에서 체육을 소홀히 한 결과는 학생의 체력 약화로 이어진다. 지난해 초.중.고 신체검사 결과, 10년 전과 비교해 학생들의 체격은 커졌으나 체력은 떨어졌다.

평균 신장은 남 3.66㎝, 여 2.55㎝, 평균 체중은 남 4.22㎏, 여 3.40㎏이 각각 늘었다, 그러나 고1 남학생의 경우 윗몸일으키기는 3.4회, 제자리 멀리뛰기는 9.5㎝가 줄었으며 고1 여학생은 윗몸 일으키기 2.5회, 제자리 멀리뛰기는 무려 19.8㎝나 줄어들었다.

학교체육이 빈사상태에 빠지면 저변 축소에 따른 엘리트 체육의 약화, 그리고 생활체육의 연결고리 역시 취약하게 된다.

황수연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장은 "담당 행정부서의 부재, 예산 확보의 어려움, 사회 전반에 퍼진 학교체육 경시 풍조가 학교체육의 위기를 불러왔다" 며 "학교체육의 위기는 학생 체력의 저하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 체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고 진단한다.

올림픽과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미국.독일.프랑스.캐나다의 사례를 취재한 결과, 이들 나라는 하나같이 학교체육이 활성화돼 있었다. 일본.대만의 경우는 그래도 한국의 실정보다는 나았다.

우런위 대만 교육부 체육사장(국장급)은 "전체 학생체육을 담보로 한 엘리트 체육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체육행정은 선수 양성보다는 사회체육의 기반으로서 학교체육의 육성에 중점을 둘 계획" 이라고 강조했다.

◇ 특별취재팀〓손장환 차장, 이태일.정현목.최민우 기자(이상 체육부), 김춘식.신인섭 기자(이상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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