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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묻혔다" 놀리는 산에서 돈 캐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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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은환씨가 충남 부여군 은산면 거전리 자신의 산에서 재배한 명이나물을 수확하고 있다. 김씨는 19만㎡의 산에 각종 산나물과 약초를 재배해 연간 2억원의 소득을 올린다. [프리랜서 김성태]

20일 오전 11시30분쯤 충남 부여군 은산면 거전리 해발 200여m의 산기슭. 9만여㎡의 임야에 원추리·명이나물·산양삼 등 산나물과 약초가 가득했다. 바로 옆 10만여㎡에는 표고버섯과 수백 그루의 밤나무가 심어져 있다. 산 주인 김은환(57)씨는 이날 명이나물과 원추리를 수확하느라 분주하게 손길을 놀렸다.

 김씨는 보기 드물게 산림경영으로 성공한 임업인이다. 그가 자신의 산에 각종 특작물 등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당시만 해도 김씨의 산은 각종 잡목으로 가득해 쓸모없는 땅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산나물과 약초 등을 재배하면서 산은 ‘황금알’을 낳기 시작했다. 수확 첫해인 99년 2000만원에 불과했던 소득은 지난해 2억원에 달했다. 김씨는 “놀리는 산에서 억대의 소득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산림경영 성공은 드문 일이다. 전국적으로 임야를 소유한 개인들이 산에서 소득을 올리는 경우는 10%도 안 된다. 22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개인소유 임야는 206만여 명에 438만ha로 국유림(154만3000ha)의 세 배에 이른다. 이중 돌산 등 경작이 어려운 곳을 제외하고 산림경영이 가능한 면적은 90% 이상인 418만ha다. 그러나 현재 소득을 올리는 임야는 38만ha로 10%도 안 된다. 연간 2조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380만ha를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산림청은 이처럼 놀리는 임야가 많은 것은 개인산주들이 임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산림청은 이런 현실을 감안해 산림경영을 희망하는 개인산주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임업진흥원에 산림경영컨설팅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 센터는 개인산주들이 원하면 산림경영에 대한 모든 것을 무료로 컨설팅해 준다. 컨설팅 분야는 산림활용 안내, 숲 가꾸기, 임도 개설 등 산림경영 전문지식과 정보 제공이다. 김형완 산림청 산림경영소득과장는 “전국 142개 산림조합의 산림경영지도원과 연결 하는 현장 컨설팅도 이뤄진다”며 “사이버 상담(www.iforest.or.kr)이 지원되고 방문·우편·전화(02-6393-2606) 상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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