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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논문 표절, 다른 당선자도 짚고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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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남이 쓴 글이나 연구 결과를 허락도 받지 않고 베끼는 건 남의 지식을 도둑질하는 짓이다. 그래서 표절은 범죄행위며, 표절이 발각되면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표절 문제로 지탄을 받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는 물론이며, 그 누구라도 이 원칙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정우택 새누리당 당선자 등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정 고문이 2004년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시절 경희대에 낸 박사학위 논문을 보면 이론적 배경을 담은 10여 쪽이 1991년 고려대 경영대학원에 낸 이모씨의 석사 논문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 원 논문의 문장에서 ‘컨셉트’를 ‘컨셉’으로, ‘샘플링’을 ‘표본’ 등으로 단어의 표현을 바꾸긴 했으나 문장은 그대로이며, 다른 논문을 인용했다는 각주(脚註)는 찾아볼 수 없다. 새누리당 정 당선자도 92년 미국 하와이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강명헌 단국대 교수의 90년 논문 등에서 문장이나 문단을 통째로 가져 왔다.

 인용 출처를 제시하더라도 6개 단어 이상 연속해서 표현이 같고 인용 표시가 없다면 표절이라는 게 교육부와 학계의 기준이다. 문대성 당선자를 비난했던 잣대도 바로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정 고문이나 정 당선자 모두 자신의 표절 논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거나 “인용 논문을 모두 참고문헌 목록에 포함했기에 표절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선 정 고문은 자신이 떳떳하다면 박사학위를 준 경희대에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를 가려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정 당선자도 학계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한 점의 의혹이라도 털고 가는 게 개인적으로 볼 때 정치 인생에 오점을 남기지 않는 길이다. 더 나아가 표절은 공직 후보자의 치명적 흠결 사항이라는 관행을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