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如朝露<인생여조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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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호 27면

참으로 알 수 없는 게 인생사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갑작스러운 몰락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는 올 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정치 스타였다. 태자당 출신인 데다 미모의 부인을 두고, 국무원 상무부장 역임 등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올가을엔 중국의 최고지도부인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이 유력했었다. 그러다 심복의 배신과 부인의 외국인 독살 혐의가 불거지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신세가 ‘외로운 성의 지는 해(孤城落日)’와 같다고나 할까. 그로서는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다(人生如朝露)’고 읊조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생이라는 게 해가 뜨면 곧 스러지는 아침 이슬과 같이 덧없다는 것이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당(唐)대의 백낙천(白樂天)은 일찍이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태산은 털끝처럼 작은 것도 업신여기지 않고(泰山不要欺毫末) 안자는 팽조를 부러워하지도 않았다(顔子無心羨老彭) 소나무는 천년 뒤 끝내는 썩고 말고(松樹千年終是朽) 무궁화는 단 하루라도 스스로의 영화로 삼는다(槿花一日自爲榮) 어찌 세상을 그리워하고 죽음을 항상 근심하리오(何須戀世常憂死) 또한 육신을 미워하며 삶을 싫어할 이유도 없다(亦莫厭身漫厭生) 삶이 가고 죽음이 오는 건 다 헛것이다(生去死來都是幻) 헛된 사람의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에 무슨 정을 매리오(幻人哀樂繫何情)’. 이 시는 백낙천이 집권층의 미움을 받아 지방으로 좌천돼 가는 도중 배 안에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태산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털끝같이 작은 것을 업신여길 까닭이 없으며 공자의 제자 안자는 32세에 요절했지만 800년을 살았다는 팽조(彭祖)를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소나무가 천년을 산다 해도 결국엔 썩을 것이요, 무궁화는 하루밖에 피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를 스스로의 영화로 생각한다. 한데 굳이 세상일에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늘 죽음을 걱정할 필요는 무엇인가. 또 그렇다고 육신이나 삶을 미워할 까닭도 없다. 그저 태어나 살고 죽는 게 다 헛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백낙천은 인생이란 헛것이라 말한다. 그 헛된 인생의 슬픔과 즐거움에 애착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권력 추구에 열을 올렸던 보시라이가 진작 마음에 새겼으면 좋았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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