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병기 크루즈·탄도 미사일 갑자기 공개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우리 군이 그동안 비밀에 부쳐 오던 신형 크루즈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을 갑자기 공개한 것은 대북 견제용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위협에 강력한 대응 의지를 대내외에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군의 미사일 공개는 북한이 지난 13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실패한 직후여서 더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19일 군의 무기를 연구·개발하는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연구자들을 격려하고 신형 무기들을 살펴봤다. 특히 이날 군이 신형 미사일 두 종류만 특정해 공개한 것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우리도 대응수단이 있음을 부각시켜 북한의 도발심리를 억제하겠다는 포석이란 뜻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우리가 강하면 북한이 도발을 못하지만 약하면 도발을 한다”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무기)성능이 필요하지만 그 목적은 평화를 이루려는 것이며 전쟁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기 위해 강한 무기, 강한 정신력, 의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강한 정신력과 강한 힘, 그 힘 안에는 북한을 압도하는 최신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공개한 크루즈 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 이상이어서 제주도에서 발사해도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든다. 특히 정밀유도 시스템이 적용돼 목표 건물의 어느 창문을 타격할지를 지정해야 할 만큼 정확도가 높다고 한다. 군이 굳이 ‘창문’을 거론한 이유는 평양의 노동당사 등 핵심 시설과 건물을 정밀 타격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국은 사거리 300㎞, 탄두무게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한 한·미 미사일 협정에 묶여 있지만 크루즈 미사일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늦고, 비행고도가 낮아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당할 위험이 있다는 게 한계다. 이를 보완한 게 한·미 미사일 협정의 규격 상한선을 꽉 채운 신형 탄도미사일이다. 이날 공개된 신형 탄도미사일은 한 발로 축구장 수십 개 넓이를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한다. 정밀도는 크루즈 미사일에 비해 떨어지지만 대충 맞아도 광범위한 파괴력으로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군 관계자는 “남북 간 미사일 전력이 불균형 상태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우리 군의 능력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