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돈다발’ 교장 … 교육청, 해임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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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검찰의 압수수색 중 자택에서 현금 17억원이 나왔던 사립고 교장의 또 다른 부정 행위가 드러났다. 학교 시설을 공사하는 것처럼 꾸며 비자금을 조성하고 신규 교사 채용에서 응시자의 순위를 조작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8일 학교 공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청원고 A교장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이런 사실이 밝혀져 재단 이사회에 교장직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가 겸직 중인 재단 상임이사직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처분도 내렸다.

 송병춘 감사관은 “A교장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거래 업체에 대금을 지급한 뒤 전액 또는 일부를 되돌려받았다”며 “주로 계단의 타일 교체 등 시설 공사를 한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공사하지 않는 수법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적발된 사례는 총 200여 건, 4억9000만원에 이른다.

 감사 결과 A교장은 학교 예산 중 총 4800만원을 본인의 계좌나 현금을 통해 받았다. 회계직원·버스기사 등 계약직들의 인건비인 것처럼 꾸몄다. 2000년부터 10년 동안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재단 소유의 야구장을 임대해 얻은 수익금을 현금이나 수표로 직접 받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법인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는 A교장은 신규교사 채용 같은 교원 인사에도 개입했다. 송 감사관은 “교원인사위원회나 재단 이사회 개최 전에 A교장이 최종합격자 명단을 만들어 이사장에게 결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응시자의 순위를 조작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초 A교장을 공금 11억원을 횡령하고, 교사 채용 대가로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돈다발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 교육청은 이번 감사를 통해 추가로 밝혀진 비리를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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