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자살 중학생, 1년 넘게 집단 괴롭힘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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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근데 X발 X종갓나 XX야 화장실 변기통에 넣고 …’.

 16일 자살한 경북 영주시의 중학생 이모(14)군이 숨지기 5일 전인 11일 오후 6시14분 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보낸 이는 다른 반 학생인 김모(14)군이다. 경찰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숨진 이군은 장기간 주변 학생들에게서 괴롭힘을 당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 기간 마음고생을 한 탓에 지난해 5월 학교의 심리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경찰은 자살 충동을 느끼던 이군이 올 들어 가해 학생인 전모(14)군 등과 같은 반이 되면서 또다시 집단 괴롭힘을 당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경찰과 영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군의 담임 문모(30) 교사는 ‘학생 심층평가 의뢰서’를 작성해 영주시교육청의 Wee센터(학교폭력 위기 학생 상담센터)로 보냈다. 심층 면담을 위해서였다. 의뢰서에는 ‘이군이 학기 초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문제가 있었다. 또 같은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 자주 다퉜으며 최근에는 극히 조그마한 자극에도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적혀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특히 가해 학생인 전군이 이군과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당시 전군이 친구들과 폭력조직을 흉내 낸 서클을 만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군은 이 서클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자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군 등이 지난 한 달간 집요하게 괴롭힌 것이 자살의 직접 원인이지만, 이전에도 이군을 괴롭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 부분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군이 만든 서클의 실체도 드러나고 있다. 전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 5명으로 모임(‘성 다른 조직’, 6명의 성씨가 달라 붙인 이름)을 만든 뒤 중학교에 진학해 회원을 9명으로 늘렸다. 자신의 이름을 따 ‘○○패밀리’라고 불렀다. 회원인 김모(14)군은 경찰에서 “전군이 다른 학생을 괴롭혀 돈을 빼앗고 심지어 때리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회원인 박모(14)군은 “전군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문자메시지로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했고, 주먹으로 팔·가슴·다리 등을 20~30차례 폭행했다”고 말했다. 전군의 키는 보통(1m71㎝)이지만 덩치(110㎏)가 커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영주=홍권삼·위성욱 기자

경북 영주 중학생 자살에 이르기까지

2011. 4. 2 신입생 대상 ‘자살 고위험군 선별검사’에서 1차 관심군으로 분류

5.24 2차 선별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

6.14 학교, Wee센터에 심층검사 의뢰

6.20 Wee센터, 학교에서 심층검사

7.20 Wee센터, 학교에 상담 및 치료 필요하다는 결과 통보

7.28 이군 등 Wee센터에서 상담

11.5 이군 등 7명 학교가 운영하는 원예치료 교실에서 심리 치료

2012.3.2 이군과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전군 같은 반 편성

4.16 이군 스스로 목숨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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