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논란 김구라, 방송중단 선언에 사과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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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김구라

방송인 김구라(본명 김현동·42)씨의 막말 논란 후폭풍이 거세다. 김씨가 16일 방송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방송가에 비상이 걸렸다. 김씨가 SBS ‘붕어빵’ 등 5개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요 MC로 활동해 왔기 때문이다. ‘붕어빵’ 제작진은 “이번 주 금요일에 녹화인데 당분간 김씨 없이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녹화해 둔 두 회분은 편집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 제작진도 “하차하는 게 맞다. 5월 초까지는 찍어 둔 분량으로 방송할 계획”이라고 했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도 충격이 크다. 강호동·신정환씨 등이 불미스러운 일로 잇따라 하차하며 김씨의 비중이 커졌던 터였다. 박정규 PD는 “18일 방송은 김씨가 출연한 분량이 나갈 거 같다.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KBS ‘불후의 명곡 2’, MBC ‘세바퀴’ 등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김씨는 2002년 딴지일보의 인터넷 라디오방송 ‘시사대담’에서 욕설이 섞인 막말로 유명세를 치렀다. 그 인기에 힘입어 지상파 방송에 진출했다. 동료 연예인이 상처를 받을 만한 발언과 날 선 말솜씨로 인기를 끌었다. 김씨는 19대 총선 서울 노원갑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용민씨의 막말 논란이 불거지며 다시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김 후보와 과거 인터넷방송에서 함께 방송을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김구라 막말’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그가 ‘시사대담’에서 집창촌 여성을 일본군 위안부에 비유했던 발언이 트위터·인터넷 등에 확산되면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김씨는 당시 집창촌 여성 80여 명이 경찰 단속에 항의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러 간 사건을 두고 “창녀들이 전세버스에 나눠 탄 것은 예전 정신대라든지 이후에 참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버스기사가 성적으로 흥분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결국 16일 “철없던 과거를 자숙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겠다. (방송에 함께 출연해 왔던) 아들이 잘 이겨 내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인터넷·트위터 등에는 그를 비판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일부 연예인을 중심으로 지나친 마녀사냥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진 영화감독은 “이런 사안에는 핑계가 필요 없다”면서도 “(막말을) 다 알면서 지금까지 기사 쓰고 방송 출연시키고 광고 섭외해 놓고, 그분들 모두 사기당한 거냐”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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