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본으로 도로나 철도 등을 건설하는 민자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손실이 나도 민간업체에 수익을 보전해줘야 하기에 그간 투입된 정부 돈만도 무려 2조원이 넘는다. 이 돈을 줄이려면 지하철 운임과 도로 통행료를 올려줘야 하는데, 인플레이션과 국민 반발이 부담이다. 정부나 지자체로선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 파장이 딱 그 사례다.
9호선은 민간업체가 건설·운영하는 민자 지하철이다. 이 회사가 요금을 1050원에서 500원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서울시는 인상 불허로 맞섰다. 물론 양측의 힘겨루기는 요금 인상을 일부 허용하는 선에서 타협을 볼 것이다. 다른 민자사업도 대부분 그렇게 해결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결된다고 해도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요금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2005년 서울시와 맺은 협약에 따르면 민간업체의 주장에 틀린 건 별로 없다. 운임을 결정할 권리는 민간업체에 있다. 또 서울시 요구대로 요금을 억제한 결과 민간업체의 누적적자가 1820억원이나 된다. 이게 사실이라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정작 딱하게 된 건 서울시다. 요금을 올려주면 물가가 걱정되고, 지하철이 서민의 발이란 점도 걸린다.
그렇다고 마냥 요금을 억제할 처지도 못 된다. 협약에 따르면 서울시는 민간업체의 손실 보전은 물론 예상 수익금의 90%를 최소한 보장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 재정에서 그만한 돈이 나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물론 이 돈은 국민 세금이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과 세금 투입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지금의 서울시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잘못은 민자사업을 활성화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협약을 맺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게 있다. 하지만 누가 잘못했든 쓰레기는 치워야 한다. 그렇다면 첫 단추를 끼워야 하는 서울시로선 원칙에 따라 쓰레기를 치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세금 투입보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요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게 옳다고 보는 이유다. 요금 인상 억제만이 능사가 아니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