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범죄, 처벌보다 선도 … ‘통고제’ 49년 만에 첫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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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학교폭력이나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처벌하지 않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49년 전 도입된 ‘통고제도’가 최근 부산에서 처음 활용됐다.

 부산가정법원은 후배들로부터 금품을 빼앗은 부산 A중학교 2학년 B군의 통고사건이 최근 접수돼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B군은 휴대전화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후배 7명에게 돈을 요구해 지하철역에서 돈을 받는 수법으로 총 11차례에 걸쳐 6만6000원의 금품을 빼앗았다. 하지만 이 학교 교장은 교육청에서 온 ‘통고제도’ 안내문을 본 후 B군 문제를 검찰이나 경찰이 아니라 부산가정법원에 사건을 알렸다.

 가정법원은 범죄사실을 중시하는 검찰·경찰 수사와 달리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환경·심리상태를 먼저 살펴 처벌보다 교육과 사회 복귀를 더 우선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가정법원에서 처리하면 범죄 경력이 남지 않는다. 청소년 회복센터 등 보호시설로 보내는 등 후속조치가 빠르다는 점도 작용했다. B군 사건은 현재 소년조사관이 조사 중이다. 조사가 끝나면 소년부 판사가 심리를 하거나 상담·보호시설로 보낸다.

 박주영 부산가정법원 소년1단독 판사는 “지난 1963년 도입된 통고제도는 그동안 학교장 등 통고권자의 소극적인 자세와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부산에선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올해 학교폭력이 사회 이슈로 떠오른 뒤 통고제도가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일선학교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올해 첫 사건이 접수됐지만 전국적으로는 2002년 1건이 접수된 이후 2008년 20건, 지난해 57건으로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개원 1주년(4월 11일)을 맞은 부산가정법원은 통고제도 홍보에 나섰다. 통고제도 관련 안내 책자를 일선학교에 나눠 주고 부산 초·중·고 교감 650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과 통고제도’라는 주제로 강의도 열 계획이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과 가족이 함께하는 ‘1박 2일 캠프’도 열 게획이다.

 박 판사는 “범죄의 결과보다 그 과정을 제대로 살펴 올바른 해결책을 마련하는 법원의 통고제도를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통고제도=학교·사회복지시설·보호관찰소의 대표가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수사기관에 보내지 않고 관할 법원의 소년부에 알려 소년보호재판을 청구하는 제도다. 수사과정에서 학생들이 받게 될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저지른 범죄의 무겁고 가벼움을 따져 올바른 해결방법을 법원과 관계기간이 함께 찾자는 취지로 1963년 처음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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