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푸스, 동일본 대지진 악재 뚫고 40% 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방일석 사장

일본의 전자업체에 지난해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였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생산공장이 피해를 보고 요행히 직접 피해를 면한 업체들도 부품난에 시달렸다. 가을에는 부품 생산 공장이 밀집한 태국에 대홍수가 나면서 손실이 적지 않았다. 일본의 광학 전문업체 올림푸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해 11월 마이클 우드퍼드 전 최고경영자(CEO)가 1990년대부터 1177억 엔(1조6500억원)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설상가상의 상황이 이어지며 한때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본사가 이 정도로 흔들리는 상황이면 해외 지사나 자회사는 휘청거리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한국올림푸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의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40% 늘었다.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방일석(49) 한국올림푸스 사장은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조직문화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무료 렌즈 청소 서비스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카메라 부품이 제때 조달되지 않아 수리 기간이 늘어날 상황에 처했다.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 중 하나가 “미리 점검해 고장나는 경우를 줄이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방 사장은 당장 이를 채택했고, 고객들은 몇 주씩 수리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지역전문가로 선발됐던 방 대표는 90년대 일본 주재원으로 일하며 올림푸스와 인연을 맺었다. 삼성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납품길을 뚫은 것이다. 방 대표를 눈여겨 본 올림푸스 경영진이 2000년 한국에 진출하며 그에게 경영을 맡겼다. 그는 “인사와 예산 독립을 보장하고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한국에 재투자한다’는 조건으로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독립 경영이 가능한 만큼 일본 본사와는 DNA가 다른 조직문화를 일궜다. 방 사장은 “외국계 회사이다 보니 규모나 시스템 면에서 국내 대기업과 비교하기 힘든 게 현실이지만 개별 직원의 능력은 대기업 못지않다”고 강조했다. 이 능력을 조직의 능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e-메일 업무 보고’를 도입했다. 매일 자신이 한 일과 해야 할 일을 정리해 사장뿐 아니라 관련자들에게 모두 보내게 한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 직원이 알게 하자는 취지다. 문제가 생기면 공동으로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다. 사전 점검 아이디어도 이를 통해 나왔다. 현지화 전략 역시 이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이 강한 한국 특성을 고려해 디지털 인화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캐피털 회사를 끼지 않고 직접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 장비 대여 사업을 추진했다. 삼성전자·LG전자 같은 대기업에도 디스플레이 검사 장비에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한때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앞세워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승승장구했지만 니콘·캐논·삼성전자의 성장과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수요 감소로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방 사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의료기기 사업 때문이다. 올림푸스는 50년 세계 최초로 내시경을 만든 회사다.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첨단 의료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것이다. 국내 내시경 카메라 시장의 80~90%를 올림푸스 제품이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는 “올림푸스한국은 이미 6년 전에 ‘1억 불 수출탑’을 받은 토종기업”이라며 “광학 관련 신규 사업을 개발해 본사를 능가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카메라

DSLR 카메라의 성능은 유지하면서 크기와 무게는 대폭 줄여 콤팩트 카메라처럼 휴대성을 높인 카메라. DSLR 카메라 안에 장착된 반사거울을 없애 ‘미러리스 카메라’로도 불린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콤팩트 카메라 시장이 줄면서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