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하드웨어 구입에 관한 몇 가지 잔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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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70년대에 유행했던 "우리에게 레몬이 주어진다면 레몬에이드를 만들어라" 라는 문구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세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닷컴이 연이어 문을 닫는 요즘, 이 문구가 시사하는 바가 있으리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닷컴이 문을 닫으면 해야할 일들 또한 많이 생긴다. 이번 여름에 공개상장을 하게됐다고 스스로를 백만장자라 칭하며 자랑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하다.

혹은 좋은 수익 모델을 가지고도 노력하지 않고 친구들과 술이나 마시며 흥청거리다가 망하게 되는 기업을 보면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하드웨어를 가슴 깊이 사랑하는 소녀이다. 필자 입장에서 닷컴이 망하는 것은 하이엔드 하드웨어로 가기 위한 전조일 뿐이다.

프로덕피아닷컴 패배의 흔적

일례로 프로덕피아닷컴(Productopia.com)을 들어보자. 닷컴 합병에 실패 사례는 내버려두자. 필자가 씨넷(CNet)에 있었을 때, 얼마나 큰 업체가 프로덕피아닷컴의 경쟁 상대가 될지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프로덕피아닷컴은 하드웨어 리뷰와 정보를 취급했다. 씨넷과 프로덕피아닷컴을 기술 부문만 떼어서 비교하면 프로덕피아닷컴은 씨넷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사업을 꾸리고 있었다. 하지만 초기 단계의 대부분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프로덕피아닷컴도 올 가을 갑자기 문을 닫았다.

프로덕피아닷컴의 장비 부문이 도브비드닷컴(Dovebid.com)에 합병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그 전후 상황을 잘 살펴보았다. 이 회사가 모니터링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 문을 닫게 됐는지 모른다. 또는 이번 부도는 교통사고처럼 터진 것으로 보는 것도 일리가 있다. 허기사 이런 일은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필자도 부도가 알려진 날 저녁 때까지 560달러 상당의 하이엔드 델 PC를 가지고 있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 무렵에 이번 휴가 쇼핑 시즌에는 온라인으로 신형 하드웨어를 구입하는 일보다는 기존의 온라인 회사를 통해 중고 하드웨어를 구입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필자는 하드웨어 구입시 손해 보는 일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PC 배경 지식 많을수록 유리

이더넷 카드와 크리스마스 카드도 구분하지 못한다면 가격은 둘째치고 이는 시스템을 구입할 기본 자세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하이엔드 하드웨어 구입을 많이 해본 사람들을 전제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시스템 매뉴얼을 자유자재로 설치할 수 있고 내부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면 시스템을 구입하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제 3의 방안은 늘 있다

구입한 PC에 모뎀 대신 네트워크 카드가 있다해도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 왜냐하면 가정에서 사용 가능한 56K 모뎀이 있기 때문이다.

사운드 카드나 모뎀 등이 없을 가능성이 큰 구형 시스템은 주변장치를 많이 장착할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온라인 경매에서 세부 스펙은 거의 없다. CPU 속도나 모니터 스크린 크기만 바뀔 뿐 그 외의 스펙은 전혀 바뀌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사용중인 PC의 허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케이블이나 모뎀 등의 주변 장치를 통해 이를 패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기술 지원 중요하지 않다

애초의 PC 주인은 자신의 물건을 매우 아끼고 나름의 성향에 맞춰 조립했을 것이다. 물론 이를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이 PC는 드라이버, 애드온, 개인 부품들이 질서 없이 엉클어져 있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젠 이 PC가 본인 것이 됐으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분리를 하고 파일과 애플리케이션이 지워지지 않은 상태로 다시 복귀를 시킬 것인지를 확실히 해둬야 된다.

매뉴얼이나 워런티를 얻을 수 없다면 디스크조차 소프트웨어에 옮겨 놓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경우엔 신기하게 생긴 퀵북스 프로(QuickBooks Pro) 카피본을 설치했으나 PC 재설치는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운 좋게도 웹을 이용해 손실된 드라이브와 문서까지 쉽게 복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윈도우 2000에서는 구현되지 않는다.

아직 남은 이야기가 있다. 하드웨어 구입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판단을 잘 하면 이번 시즌에 훌륭한 PC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이 무엇을 해야할지를 모른다해도 여전히 삶은 레몬을 준다는 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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