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서 유혈 시위 … “주민 최소 2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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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1일 중국 충칭시 완성구에서 주민 5000여 명이 물가 인상과 연금 삭감 등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사진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랐다. [모리화 웹사이트]

중국 충칭(重慶)시에서 행정구역 합병에 반대하는 대규모 주민 유혈 시위가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주민들은 “최소한 2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정치국원 면직과 그의 아내(谷開來)의 살인 혐의에 대한 조사방침을 밝힌 민감한 시기에 발생해 중국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12일 AP통신과 홍콩 언론 등에 따르면 시위는 10일 오후 충칭시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100㎞ 떨어진 완성(萬盛)구 주민 5000여 명이 행정구역 합병 후 생활이 어렵다며 가두행진을 하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완성구와 인근 빈민촌을 합병한 이후 물가가 오르고 연금 지급과 의료보험 수당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특히 부동산 가격까지 폭락해 재산 손해가 막대하다며 당국에 대책을 호소했다. 당시 행정구역 병합은 보 전 서기가 “빈민촌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강행했었다.

 경찰은 시위가 거세지자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고 주민들은 돌을 던지며 경찰차를 부수는 등 폭력 시위를 계속했다. 목격자들은 10일 밤 완성구 대부분 지역의 상가가 문을 닫았고 전장을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주민 시위는 보 서기의 정치국원 면직이 발표된 10일 밤 11시 이후 폭동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완성구를 부활시켜라”고 쓰인 현수막을 앞세워 지방 정부 건물을 포위했다. 몸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구청장이 부상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고 곤봉으로 주민들을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한 명이 숨졌으며 다른 주민은 길거리에서 경찰에 맞아 사망했다고 목격자들은 주장했다. 충칭시의 한 네티즌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11일 거리에 들어서니 신호 등의 교통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다. 도로에는 10일 밤부터 시위대가 던진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상가 거리는 모두 적막한 상황이었다. 주민들이 광장 등에 모여 산발적으로 항의 시위를 반복했다. 무장경찰이 순찰을 돌며 거리 중심부에 모인 주민들을 견제했다”는 글을 올렸다.

 시위는 11일 오전에 진정됐으나 정오부터 다시 주민들이 모여들면서 계속됐고 밤이 돼서야 진정됐다. 현지 경찰은 폭력 시위를 주도한 주민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완성구 측은 의료보험 수당(복리후생) 보장을 약속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시위가 보 전 서기를 동조하는 정치적 시위로 확산되지 않도록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완성구 관련 용어의 인터넷 검색을 11일부터 전면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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