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DJ 민심수습책 뭘 꺼낼까

중앙일보

입력

동남아를 순방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9일 저녁 1주일 만에 귀국해 국정쇄신과 민심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귀국 직전에 金대통령에게 국내 여론과 정국상황을 종합한 보고서를 올렸다" 고 밝혔다. 그 속에는 당정쇄신론도 포함됐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이번 주말께 서영훈(徐英勳)대표와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등 당3역을 부른다. 다음주에는 최고위원 회의도 직접 주재한다. 당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현 정국을 심각하게 보고 민심을 챙기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金대통령은 민심관리 채널을 재정비할 뜻을 굳혔으나 당정개편의 폭과 시기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민심관리 채널정비=金대통령은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청와대 비서실.국가정보원 등을 통해 민심을 파악해왔다. 하지만 여권에선 "대통령에게 가는 언로가 막혀 있다. 직간(直諫)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趙舜衡의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새로운 민심 채널에는 초.재선그룹과 야당의원까지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에 청와대에 들어갈 총재 특보단의 이상수(李相洙)단장은 "국정 전반의 난맥상 등 모든 현안을 보고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청와대쪽에선 金대통령과 야당 의원들의 만남을 건의했다. 한광옥 비서실장은 "金대통령이 이를 수락해 정균환(鄭均桓)총무가 추진 중" 이라고 공개했다.

◇ 급물살 타는 당직개편론=여권에선 대부분 연말께 당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해 예산안 처리가 끝나야 가능하다는 논리 때문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더 이상 미루다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 는 목소리가 들린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 주례보고 때 徐대표와 당3역이 일괄 사표를 낼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이럴 경우 金대통령은 노벨상 수상을 위한 출국에 앞서 당직개편을 단행할 수 있다" 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서영훈 대표까지 포함하는 전면교체론과 '당3역 교체론' 을 놓고 고심 중" 이라고 말했다.

◇ 제기되는 경제팀 교체론=민주당 김경재(金景梓)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경제위기를 타개할 만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경제각료가 없다" 고 경제팀 교체론을 본격 제기했다.

그는 "현 경제팀으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 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직자는 "여권에선 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다' 는 쪽으로만 보고했다는 불만이 있다" 면서 "金대통령이 한때 경제위기론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경제실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참모들의 책임" 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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