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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이슈 집어삼킨 선거전 … 반전의 100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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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 수유동 수유시장 앞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한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김형수 기자]

반전(反轉)에 반전, 대형 이슈 뒤엔 더 큰 이슈가 터져 그때까지의 이슈를 집어삼켰다. 4·11 총선 100일 동안 여야는 엎치락뒤치락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혼전을 거듭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지역구 90곳이 아직도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 경합 중이다. <4월 7일자 22, 23면>

 결국 여야가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모을지, 즉 투표율이 마지막 변수가 됐다. 역대 선거에서 선거 당일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번에도 투표율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2030세대가 야당에 우호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SNS 바람으로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새누리당이 불리하고,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동안 여야의 혼전을 되돌아보면 막판 변수가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2012년의 출발은 새누리당에 불리했다. 새해 벽두인 1월 4일부터 소속 고승덕 의원이 2008년 7·3 전당대회 때 돈봉투 살포를 폭로했다. 새누리당 의원의 비서가 주도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2011년 10·26 서울시장 선거),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측근 비리에 이어 ‘정권 심판론’을 자극하는 대형 악재가 돌출한 것이다.

 첫 반전은 박근혜의 전면 등장으로 일어났다. 그는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6년 만에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2월 13일 지난 15년간 사용해온 한나라당 간판을 떼고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정강·정책도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첫머리에 내세우며 ‘중도 좌클릭’을 추진했다. 당을 ‘이명박의 한나라당’에서 ‘박근혜의 새누리당’으로 바꾼 것이다. 1월 중순 20%대로 주저앉았던 당 지지율은 3월 초순 40.3%(리얼미터 3월 5~9일)로 높아졌다.

 이어 여야에서 공천 파문이 나란히 터졌다. 새누리당은 부산 사상에서 27세 손수조 후보를 공천하는 등 지역구 현역 의원 41%를 교체했다. 하지만 검증 소홀로 이영조(서울 강남을)·박상일(서울 강남갑)·손동진(경주)·석호익(고령-성주-칠곡)·부상일(제주을)·이봉화(비례대표) 후보의 공천을 취소해야 했다. 민주당도 금품 살포와 비리 의혹을 받고 있던 전혜숙(서울 광진갑), 이화영(동해-삼척)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진보당 이정희 대표 측이 3월 19일 서울 관악을 경선 여론조사를 조작하려 했다는 게 들통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며칠간 책임을 피하며 버티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게 야권의 이미지엔 적잖은 타격을 줬다.

 야권은 선거 막판 반전을 기획했다. 총선을 열흘여 앞둔 3월 29일 민주통합당과 KBS 새노조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문건 2619건을 폭로하며 이정희 대표 파문을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가 “사찰 문건의 80%는 노무현 정부 시절 생산한 문서”라고 반발했지만 파문은 급속히 확산됐다.

 그러나 닷새 뒤인 4월 2일 ‘나꼼수 진행자’ 민주당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막말 파문이 터지며 사찰 이슈를 뒤엎었다. 그가 사퇴를 거부하면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반전이 거듭된 가운데 100일 내내 여야의 ‘MB-박근혜 심판론’과 ‘거야(巨野) 견제론’이 충돌했다. 야당은 일찌감치 ‘정부·여당 심판’을 총선의 제1구호로 앞세운 반면 새누리당은 “과반을 넘는 거대 야당의 폭주를 막아달라”며 견제론으로 맞붙었다. 4년 전 한나라당의 ‘과반 안정 의석’과 민주당의 ‘일당 독주 견제론’이 뒤집힌 꼴이다.

 한편 이번 총선은 8개월 뒤 치러질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의 전초전 성격도 지닌다. 박근혜 위원장은 2004년 탄핵 정국에 치러진 총선에 이어 8년 만에 총선을 전면에서 지휘했고,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총선 출마로 대선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선거 결과는 두 사람의 대선 레이스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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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론 → 경선조작 → 사찰 → 막말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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