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마구잡이 신용불량자 등재

중앙일보

입력

신용카드사들의 횡포로 억울하게 신용불량자로 등재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명의도용이나 카드사 실수로 신용불량자 명단에 등재된 피해 사례가 모두 178건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명의 도용으로 부정 발급된 카드의 연체 대금 때문에 신용불량자 명단에 오른 경우가 60건으로 가장 많았고 채무 변제 이후에도 계속 신용불량자로 남아있는 경우가 32건으로 뒤를 이었다.

소액을 늑장 청구한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신용불량자 명단에 올리거나 분실, 재발급 과정에서 부정 사용된 연체금에 대한 분쟁이 진행 중인데도 신용불량자로 등재하는 경우도 26건과 22건이나 됐다.

특히 후발 주자로 카드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 계열 카드사들의 횡포가 심각한것으로 조사돼 일반 카드사보다 2~3배 많은 신용불량자들을 만들어냈다.

발급 신청도 하지 않은 카드의 연체 대금을 변제하라는 통보를 카드사로부터 받은 김모(33)씨는 회사측에 항의했지만 오히려 신용불량자로 등재돼 자신이 사용하는 다른 카드까지 사용 정지를 당했다.

지난 94년 카드대금 연체로 신용불량자 명단에 등재됐던 이모(32)씨는 이듬해 대금을 완납했지만 최근 대출 문제로 은행을 찾았다가 여전히 자신의 이름이 신용불량자로 등재돼 있는 사실을 알았다.

현재 신용불량자 등재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어 명의도용, 부정 사용 등으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등재됐을 경우 적절한 보호책이 없다.

또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소비자들 가운데 카드사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한 경우도 3분의 1이 넘는 54명에 이르러렀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카드사의 잘못으로 신용불량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금융거래 중단으로 물적, 정신적 피해가 막대하다"며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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