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네덜란드-한국축구 접목 시험대

중앙일보

입력

2002 월드컵축구대표팀을 이끌 사령탑에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내정됨으로써 한국축구가 선진 네덜란드 축구를 접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비록 유럽의 명문클럽을 두루 거치고 네덜란드를 98년 프랑스월드컵대회에서 4강에 올려 놓았지만 한국과 사정이 비슷한 아시아나 아프리카팀들을 맡아 본 경험은 없다.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유럽무대에서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성적을 올렸지만 한국에서는 선수들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새로운 바닥에서 월드컵대표팀을 이끌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경험이 있는 감독들을 제외시키고 굳이 히딩크 감독을 발탁한데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개인적이고 즉흥적인 남미나 동구권 감독보다는 합리적인 성향의 유럽 출신 감독이 필요했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또한 유럽무대에서 명성을 쌓은 감독인만큼 강한 프로의식으로 무장돼 있고 최고의 감독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단기간에 한국의 전력을 철저히 분석해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월드컵이 1년 6개월 남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경기력 향상을 꾀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검증된 감독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도 히딩크의 영입 이유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스피드와 체력을 겸비한 한국에 기술이 월등한 네덜란드 축구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히딩크가 한국 축구에 문외한이라는 점에서 최근 2년간 대표팀을 맡아와 우수선수의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허정무 전 감독이 상세한 정보와 전술을 전달해 주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이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선진 네덜란드 축구를 접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 축구인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우선 축구협회와 히딩크 감독의 정식 계약마저도 내달 10일께로 미뤄져 있고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대표팀 훈련에 참가해 선수들을 직접 파악하는데는 수개월을 보내야만 한다.

따라서 축구협회는 히딩크를 당장 내달 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축구 정기전부터 사령탑을 맡기겠다고 말했지만 히딩크의 촉박한 일정때문에 한.일 정기전은 감독 없이 코치진들로만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히딩크가 피지컬 트레이너와 코치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어 틀을 갖춘 사령탑이 구성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대표팀을 맡게 된 히딩크가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한국을 이끌고 어느 정도 성적을 올려 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