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대졸예정자 1년여간 구경꾼 신세

중앙일보

입력

"프로선수로 뽑혔지만 1년넘게 정식 경기한번 못뛴다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10월 프로구단이 결정된 대학 4년생들은 2000-2001 애니콜 프로농구 시즌내내 `선수아닌 선수생활'을 할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푸념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0월초 내년 2월 대학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실시했으나 학생의 신분으로 프로경기에 뛸 수 없다는 애매한 규정에 얽매여 이들의 출전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형주(연세대)와 송영진 등 내년도 대졸예정자들은 올 10월초 진로가 결정됐는데도 내년 11월초 개막할 2001-2002 겨울리그에 참가할 수 밖에 없다.

이들 예비선수들은 유니폼아닌 양복차림으로 벤치뒤에 서서 경기를 관람하는 해프닝을 올해도 반복해야할 처지에 처했다.

지난해와 달리 한해 시즌을 마무리하는 농구대잔치가 올해는 11월로 3개월이나 앞당겨 실시되는 바람에 이들 예비선수들의 `개점휴업' 기간은 더욱 길어지게 됐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20대초반 선수들이 1년가량 실전경험없이 팀연습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허송세월을 보낼 경우 경기력이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구단은 정작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뽑아놓고도 투입할 수 없다고 불평을 터뜨리면서 과거 농구대잔치와 마찬가지로 대졸예정 선수들을 프로팀에서 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구연맹은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지난해 여름 별도의 리그를 도입했으나 선수와 구단으로부터 외면을 당해 참여율이 아주 낮았다.

대졸예정인 A선수는 "같은 나이의 학생들은 인턴사원으로 뽑혀 회사업무에 투입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불합리한 제도의 시정을 촉구했다.

정해일 KBS 해설위원은 "프로선수를 뽑아놓고도 경기에 투입하지 못해 구단과 선수 당사자의 불만이 크다"면서 "불합리한 제도를 정비해 농구열기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