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범한 직장인에서 막말로 뜬 ‘나꼼수’ 스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5호 06면

민주통합당 김용민(서울 노원갑·38) 후보는 1998년 극동방송 PD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교회 원로 목사이고 자신도 강남대 신학과를 졸업한 신학도다. 스스로 “교회 집사”라고 밝힌 적이 있다. 기혼이며 1남1녀를 둔 아버지다. 선거 홈페이지 소개 글엔 “목회 일을 하고 계시는 아버님께 제대로 배운 재미있고 따뜻한 인간”이라고 적었다.

김용민은 누구

그의 PD 생활은 길지 못했다. 당시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청소년 유해 매체(스포츠투데이)를 만드는 것에 반대하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2000년 권고 사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기독교 TV로 이직했지만 오래 근무하지 않았다. 2003년엔 시사평론가로 전업했다.

2004년 인터넷 방송 ‘라디오 21’에서 ‘김구라·한이의 플러스 18’ 연출자 겸 출연자로 일하면서 그의 발언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개그맨 김구라와의 인연은 이때부터다. 최근 공개된 발언들은 대부분 당시의 것들이다. 이 중 2004년 10월 발언은 한심한 정도를 넘어 끔찍한 수준이다. 그는 “유영철을 풀어 부시, 럼즈펠드, (여성인) 라이스는 아예 강간해 죽이는 거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4일 이에 대해 눈물로 사과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딴지일보 김어준씨와의 인연은 2009년 한겨레TV ‘김어준의 뉴욕 타임즈’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김 후보는 ‘김용민의 시사되지’ 등 코너를 진행하면서 정봉주 전 의원과 가까워졌다. ‘나꼼수’에선 PD 경력을 살려 연출을 맡고, 진행자 역할도 겸했다. 사실상 무명이었던 그는 ‘나꼼수’로 주목도가 높아졌다.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의 출마가 무산되자 일찌감치 김용민에게 선거구를 물려주기로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김용민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후보 검증 과정도 없었다.

인터넷 방송 시절과 ‘나꼼수’ 시절의 발언엔 수위 차이가 있다. 또 대상도 변했다. 하지만 패턴은 일정했다. 공격 대상으로 삼은 표적(이명박, 노인, 경찰, 성폭행범, 교회 등)을 희화(戱化)한다. 적을 공격하기 위해선 어떤 폭력적인 말도 동원한다. 성폭행, 살인, 테러를 말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자기비하, 자기부정도 ‘웃음 포인트’로 활용된다. 출연자들은 발언 수위가 자극적일수록 서로 독려한다.

비판 후 해법을 제시하는 데도 폭력적 언사를 동원한다. 예컨대 2004년 10월 발언은 증가하는 테러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유영철이 부시 등을 죽이면 테러단체가) 한국이 고마워 테러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란 논리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생포해 인질로 삼고 부시가 사퇴하지 않으면 사흘에 한 명씩 연천 국도에서 보내자(죽이자)”고도 했다.

성(性)은 단골 소재다. 사안이 무엇이든 남녀의 성기를 지칭하는 비속어가 빠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인격이 아닌 사물로 취급된다. 미국에 미사일을 쏴야 한다면서 “러시아 등 외국 테러조직을 사 미사일을 날려 자유의 여신상 XX에 꽂히도록 해야 한다”(2004년 11월)는 발언에선 적국의 여성을 성폭행해도 된다는 인식을 읽을 수 있다.

기독교 신자라면서 기독교 희화에도 열을 올렸다. 그는 스스로를 ‘목사 아들 돼지’라고 부른다. 예배의 축도(祝禱)를 흉내 내며 “지금은 우리 쥐 꼼수 그리스도의 노후 대책과 그의 외아들 이시영 팀장의 차명 매입과 그의 마누라 김윤옥 권사의 뒤탈 없는 매입과 재테크가 지금부터 영원토록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해 교계를 뒤집어놓았다.

김 후보는 왜 이런 언어를 쓸까. 그는 선거 홈페이지에 욕을 하는 이유로 ‘망해가는 우리나라의 문제를 비판하고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터프한 표현을 썼다’고 적었다. 또 ‘거대한 힘으로 국민이 저항이나 항의조차 못하는 큰 적들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끌기 위해 의도적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 풍자라기보다 공격과 경쟁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발언”이라며 “나꼼수 등 발언에서 볼 수 있는 양상은 학교폭력이나 왕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