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사장의 겁없는 '머니게임']

중앙일보

입력

진승현(陳承鉉)MCI코리아 사장의 머니게임 실체가 드러났다.

벤처기업 인수.합병(M&A)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이것으로 성이 차지 않자 금고는 물론이고 종합금융사까지 끌어들여 머니게임에 돈줄로 이용하려 했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판단이다. 그는 목돈이 필요하자 증권사 사장과 짜고 상장 증권사의 주가조작에 나서기도 했다.

금감원은 陳씨가 머니게임을 벌이는 동안 수차례 불법행위를 적발했으나 이를 종합해 전모를 밝히지 못하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회성 처리에 그쳐 감독당국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리젠트증권 주가조작=지난해 6월 대유리젠트증권이 영국 리젠트퍼시픽그룹과 MCI코리아의 합작 지주회사인 코리아온라인(KOL)에 넘어갈 무렵 외자유치 호재를 타고 대유리젠트증권 주가가 급등했다.

陳씨는 이 과정에서 평소 친분이 있었던 리젠트증권 고창곤 전 사장과 짜고 리젠트증권으로부터 2백80여억원을 대출받아 리젠트증권 주가 조작에 나섰다. 여기에는 MCI코리아와 열린금고 계좌가 동원됐다.

그러나 주가조작 결과 리젠트퍼시픽그룹은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었으나 정작 陳씨측은 리젠트증권 주식을 팔지 못해 지금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陳씨측은 이를 토대로 주가조작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 한스종금의 외자유치 소동=올 4월 대한방직이 스위스 6개 은행 컨소시엄(SPB)에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을 단돈 10달러에 넘긴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빅딜' 을 중개한 회사가 바로 MCI코리아였다.

금감원이 SPB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다그치자 MCI코리아는 증자 담보로 3백30억원을 한스종금에 예금으로 맡기면서 SPB가 7월 14일까지 증자대금을 넣지 않으면 이 예금을 증자대금으로 써도 좋다는 각서까지 냈다.

그러나 SPB는 끝내 증자대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MCI코리아는 한스종금 신인철 사장과 짜고 7월 14일 증자 담보로 맡긴 3백30억원의 예금을 MCI코리아의 계열사 대출금과 맞바꾸는 방식으로 편법 인출했다.

이 과정에서 한스종금 신사장은 회사돈 20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까지 적발돼 구속됐다. 김영재 금감원 전 부원장보는 신사장으로부터 이 거래와 관련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이런 불법 거래가 감독당국이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비호없이 수차례씩 시도될 수 있었느냐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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