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파업 정전 사태 `비상']

중앙일보

입력

24일로 임박한 사상 초유의 한국전력 노조파업이 `정전 대란'을 몰고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전은 노조의 파업에 대비, 본사 및 299개 1차 사업소에 비상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대체 인력 9천675명을 확보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한전은 특히 23일 비노조원인 4급직(과장급) 이상 전 임직원에게 출장.휴가금지는 물론 무기한 비상 대기토록 긴급 지시했다. 24일이 한전 노조 창립 기념일로 회사 전체가 휴무이지만 올해는 예외가 됐다.

한전의 전력 직원들은 모두 2만6천여명으로 이중 2만1천여명이 조합원이고 나머지 5천여명이 비조합원이다.

한전은 지난 22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본사와 전체 사업소에서 파업 대비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모의훈련은 파업 참가 인원 단계별로 대체 인력을 동원, 투입하는 일과 중앙급전 사령실 등 특정 주요 시설에 대한 방호 훈련이 주를 이뤘다.

모의훈련 결과로는 8천658명이면 정상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대체 인력으로는 비노조원 6천556명과 퇴직자 716명, 협력업체 관계자 2천403명 등이 확보했으며 노조가 전원 파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최소 2주간 비상인력으로 설비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체 인력을 운영하자면 정상적인 교대 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통상 원자력 발전은 5조3교대, 화력 발전 부문은 4조3교대로 운영돼 왔지만 대체 인력으로는 잘돼야 3조3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

대체 인력이 휴일없이 계속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체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파업 참여 인원이 늘어나게 되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한전 노조는 파업 전야인 23일 오후 전 노조원에게 각 지방별 지정 장소에 대기토록 지시했다. 파업 참가 노조원들은 23일 각 근무처에서 밤샘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안이 23일 밤 전달되는대로 파업 여부가 바로 결정되고 파업시에는 24일 오전부터 현업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파업 참가 노조원들은 또 파업 예정일인 24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 등 파업 투쟁이 들어갈 계획이어서 경찰 등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전은 물론 24일이 노조 창립 기념일이고 주말과 일요일을 감안하면 파업 시작 3일 정도는 대체 인력 투입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민영화 관련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되는 분수령인 27일과 29일 상임위 활동 결과에 따라 파업 사태가 장기화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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