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탈북자 인도 환영 … 중국 입장 더 개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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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 정부가 주중 한국 공관에 30개월 이상 장기 체류해온 탈북자 4명을 한국에 인도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중국은 공관에 체류 중인 다른 탈북자 11명에 대해서도 조만간 보내줄 예정이라고 한다. 이로써 공관에서 탈북자들이 사실상 ‘감옥생활’을 하는 비인도적인 상황은 종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의 전향적 조치를 기대한다.

 탈북자 처리는 중국 정부가 대단히 민감하게 여겨온 사안이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인권탄압도 심해지면서 중국 국경을 넘는 북한 주민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자칫 대량 탈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중국으로선 가장 어려운 문제다. 자칫 북한의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몇 년 전부터 매우 강경한 대응을 해왔다. 외국 공관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비를 크게 강화하고 진입한 탈북자에 대해서도 출국을 허용하지 않아 왔다. 또 북한과 합동으로 동북 3성 지역에 숨어 있는 탈북자 체포에 나서 이들을 모두 북한으로 송환하는 정책을 취해 왔다. 그 결과 유엔난민협약을 위반하는 비인도적 처사라는 국제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탈북자 송환으로 중국의 이런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 결국 탈북자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중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서 국제규범을 준수하도록 촉구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물론 특정 탈북자의 인도 교섭은 불가피하게 ‘조용한 외교’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노력은 별개의 사안이다.

 중국 정부는 북한이 인권탄압을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방향으로 탈북자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 강제 송환되면 처형되거나 처벌받는 일이 다반사인데도 막무가내로 송환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다. 국제적 기준에 맞춰 탈북 배경을 꼼꼼히 따지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치적 이유로 탈북했거나 아닌 경우라도 송환되면 처벌받을 것이 확실하다면 강제 송환해선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