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기하고 싶으면 채권자 피하지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재기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절대 채권자를 피해 다니지 마라. 적극적으로 만나 도산에 이르게 된 경위와 자신의 처지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게 훗날을 위해 좋다.”

 남재우(72·사진)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장이 이런 조언을 했다. ‘나는 일어서고 싶다, 쓰러진 기업인의 호소’ 시리즈와 관련, 최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다. 그는 “채권자는 대부분 재기 과정에서 다시 도움을 얻어야 할 상대방”이라며 “감추고 회피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게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양복지 업체 ‘라전모방’ 회장을 지낸 남 이사장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그리고 2008년부터 1년간 실패 기업인들을 돕는 민간 모임 ‘팔기회(八起會)’ 회장을 맡았다. 그러면서 1000명 넘게 상담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봤다. ‘채권자를 피하지 말라’는 이 같은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다.

 남 이사장은 또 ‘회사가 무너질 지경에 처했다고 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하라’고 권유했다.

 남 이사장은 이에 더해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돌리고, 도산한 원인을 정리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오래 함께했던 직원이 떠난다고 상심하지 말라”는 말도 곁들였다. 가족 문제를 빼고 나면, 실패한 기업인이 가장 크게 상처를 입는 부분이 바로 마음을 나눈 직원이 등을 돌릴 때라는 것. 하지만 직원은 돈을 벌기 위해 별 수 없이 다른 직장을 찾아나서는 것이니 이를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남 이사장은 이어 “실패한 기업인들은 대체로 사업이 궤도에 오른 창업 5~10년쯤에 쓴맛을 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이때쯤 사업 확장을 생각하게 되고, 또 주변에서 ‘단체장’ 같은 것을 하라는 명예직 유혹이 들어오게 마련”이라며 “유혹을 뿌리치고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아야 실패를 맛보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권혁주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