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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루넬대 레이 홀랜드 디자인 경영학 교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민양·레이 홀랜드 교수·김민경·송주희양.

최근 창의적 디자인은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만큼 디자인이 회사 경영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이다. ‘디자인 경영의 대가’로 불리는 레이 홀랜드(Ray Holland) 영국 브루넬대 디자인 경영학교수가 24일 ‘2012 영국 유학·어학연수 박람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경영학과를 지망하는 용인외고 3학년 김소민·김민경·송주희·이채영양이 그와의 만남을 가졌다.

-디자인 경영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주세요.(송양)

“15년 전 뉴질랜드는 버터 생산에 독보적인 나라였어요. 하지만 아일랜드의 버터 시장이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올랐지요. 뉴질랜드는 그 원인을 알아봤어요. 비밀은 ‘포장’이었죠. 아일랜드의 버터는 고급스러운 금색 포장지에 쌓여 있었거든요. 이젠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팔아야 해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바로 디자인이 만들어낼 수 있지요. 디자인과 경영은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요. 애플의 사례처럼 디자인은 제품의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 철학에도 영향을 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이외에도 디자인은 세상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분야에도 접목될 수 있지요.”

-구체적으로 디자인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이양)

“예를 들어 요즘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지요? 디자인을 잘 활용해 학교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든다면 학교 폭력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또 최신 디자인 트랜드는 인간 중심적이고, 포괄적인 디자인이에요. 고령화 시대에 이런 디자인은 사회를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지요.”

-트랜드에도 맞고 소비자가 오랫동안 찾을 수있는 디자인은 어떻게 창조할 수 있을까요.(민경양)

“사람의 행동 속에 답이 있어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미래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녹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 때문에 울상인 한 아이를 보고 받침대가 달린 아이스크림을 생각할 수 있지요. 갈수록 건강을 점검하는 기계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그 기계를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봐요. 사람들의 불안감과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수치가 낮아지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계를 만들 수도 있고요. 사람속에서 찾은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의 원천은 무엇인가요.(소민양)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잔을 집어 들면서)이것도 어떻게 디자인하면 더 좋을 수있을까 생각해요.(웃음) 이처럼 전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요. 식당에 가서도 조명·메뉴판·분위기·배경음악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겠다고 상상하곤 해요. 디자인은 우리 일상과 삶에 녹여내는 거니까요. 제가 정신이 나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또 저는 문학 작품과 시를 많이 읽고, 미술 작품도 많이 보고 음악도 많이 들어요.”

-현대 생활에서 디자인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소민양)

“제가 약을 사러 갔을 때였어요. 가게의 주인은 약 상자의 뒷면이 보이게 진열해두었지요. 앞면 디자인은 엉망이었거든요. 소비자는 매력적인 디자인의 상품에 관심을 갖게 돼요. 제품의 단순한 가치와 디자인으로 인해 인식되는 가치는 다르지요. 디자인은 제품을 차별화한답니다. 예전엔 상품에 맞춰 디자인 했다면, 오늘날에는 디자인에 맞춰 상품을 생산해낼 만큼 디자인의 가치가 커졌어요. 물론 그 디자인은 사람들의 필요로부터 생겨난 것이고요.”

-디자인 경영을 도입해 성공한 기업의 예를 들어 주세요.(이양)

“애플은 자사의 상품을 IT기기가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로 인식해요. 노키아는 휴대전화가 계속 도난 당하는 것에 착안해 시계 형태로 만들었지요. 필립스는 미래를 내다보고 건강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고요.”

-브루넬대 디자인 경영학 수업 내용 중 big d design 과 small d design이 궁금해요.(민경양)

“big d design 은 기업의 시스템을 알고, 사회의 패러다임에 맞춰 디자인을 좀 더 거시적인 안목에서 가르치는 수업이에요. 반면 small d design 은 디자인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가르치는 수업이지요. 이 둘을 같이 가르치는 건 그만큼 디자인과 경영의 융합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고교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디자인 경영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조언해주세요.(송양)

“저는 성실한(diligent) 학생이었어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야간학교를 다녔지만 언제나 제 일을 완벽히 해내려고 노력했지요. 제 인생을 바꾼 하나의 계기가 있었어요. 기독교 합창단에서 노래를 하던 어느 날 단장이 공짜 콘서트 티켓을 주었어요. 덕분에 헨델의 메시아를 관람했고 깊은 감동을 얻었지요. 그 후로 정말 뭐든 열심히,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크리켓 같은 스포츠도 좋아했어요. 디자인 경영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열린 사고’를 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항상 이것과 저것을 어떻게 합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 하지요. 또 고교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주위 사람들의 ‘이거 해라, 저거해라’ 같은 조언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높은 연봉에 집착하지도 마시고요.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즐겁게 일하다 보면 부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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