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결산] ③제도개선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붕위에 또 다른 지붕'.

삼성 디지털 K-리그가 끝난 뒤 다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반복한 프로축구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드세다.

5-6개월 장기레이스를 통해 순위가 가려졌으면 그만이지 3-4위간 재대결, 그 승자와 2위간 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승자와 1위간 챔피언결정전을 또 치러 순위를 다시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해 정규리그 4위였던 부산 대우(현 부산 아이콘스)가 3위, 2위팀을 잇따라 이기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데 이어 올 해도 4위 부천 SK가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자 제도 개선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로축구는 98년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방식을 채택했다. 열악한 한국축구의 현실에서 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라이벌인 프로야구가 선례가 됐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프로축구를 운영하는 나라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전기리그와 후기리그 우승팀간 대결로 챔피언결정전을 치르지만 한국처럼 1-2게임 결과에 따라 장기레이스의 순위가 바뀌는 일은 없다.

이처럼 한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기형적인 제도로 2년연속 4위팀이 3위, 2위를 이기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이변이 속출되었다.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1위 안양 LG(승점 53)와 4위 부천 SK(승점 36)는 승점차이가 무려 17점이었다. 팀당 27경기를 하는 가운데 안양이 6승을 더 거뒀다는 계산인데 이같이 승수 차이가 심한 두 팀이 우승트로피를 놓고 대결했다는 사실은 축구선진국에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이는 정규리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준플레이오프는 1게임, 플레이오프는 2게임으로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순위를 뒤집기가 무척 쉽다.

이로 인해 각 팀은 정규리그 게임에서 최선을 다해 1승을 더 올리려고 하기보다는 4위이내에만 든 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이겨 순위를 뒤집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K-리그와 함께 각종 컵대회도 폐지 혹은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단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앞서 치러지는 아디다스컵대회에서 K-리그 상위팀들은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식으로 준비하고 있어 사실상 하위팀들의 체면치레를 위한 `면피용'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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