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곤두박질…일본형 장기불황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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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심리(心理)다."

진념(陳稔)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정책을 펼 때 경제 주체의 심리상태를 감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소신을 누누이 밝혀왔다.

아무리 좋은 증시대책도 증시 참여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 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10월 소비자 전망 조사 결과' 는 가계의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으며, 위축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이 위축된 소비심리는 실제로 실물경제의 소비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월의 도.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1% 증가에 그쳤다.
특히 휴대용 전화기.승용차 등 내구소비재 출하증가율(전년동월대비)은 마이너스 23.5%를 기록했다.

소비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에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 절약의 역설(逆說)〓심재웅(沈載雄)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장률 둔화나 주식가격 폭락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정도 이상으로 소비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되고 있다" 고 분석했다.

그는 "한번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이 불안감을 부추겨 개인의 소비심리를 필요 이상 위축시키키고 있다" 고 전제하고 "이런 현상이 확산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소비수요가 줄어들어 생산이 위축되고, 이에 따라 소득이 줄어 저축도 감소하는 '절약의 역설' 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고 지적했다.

결국 지나친 소비위축은 소득과 저축 감소로 이어져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서민가계에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하강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고, 거꾸로 경기 상승 국면에서는 상승세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며 일본형 장기불황 가능성을 제기했다.

◇ 정부의 반론〓정부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비심리가 과도하게 위축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연말까지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단시일 내에 제거하면, 소비.투자심리를 되살려 경기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희수(李喜秀) 재경부 종합정책과장은 "일본은 경기 회복기를 과열국면으로 잘못 판단해 부가가치세 인상이라는 긴축정책을 쓰는 바람에 경기상승에 실패했다" 며 "그러나 우리는 지난해 일부에서 과열 주장이 있었음에도 기술적 반등 효과가 사라지면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 금리인상 등의 긴축정책을 사용하지 않았다" 며 일본형 장기불황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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