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윤곽 드러난 MH의 현대 재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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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2위 현대그룹이 빠른 속도로 분할될 것 같다.정몽헌 현대이산 회장은 빠르면 17일 현대건설의 자구노력과 함께 그룹의 개편방안을 발표한다.

鄭회장은 현재 24개 그룹 계열사룰 14개만 남기고 중공업·금융·전자 부문 등 10개사는 조기 분리·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자동차 그룹보다 작은 자산 기준 25조2천억원(매출51조4천억원·1999년 기준)으로 재계 5위로 물러앉게 된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 뜻대로 분할하는 셈=현대는 건설과 상선의 2개 전문기업 중심체제로 재편할 계획이다.앞으로 대북·해외사업(현대건설·고려산업개발·현대아산·현대택배·현대상선·현대경제연구원)과 관련된 기업에만 주력할 방침이다.

鄭회장은 지난 5월 31일 鄭 전 명예회장의 ‘3부자 퇴진’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대북사업에는 계속 관여해왔다.

이번 현대건설 자구방안 발표를 계기로 그룹을 재편하면서 경영일선에 자연스럽게 복귀해 건설·상선을 중심으로 한 대북·해외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미 현대건설 이사회에서 鄭회장의 경영 복귀를 요청했고,그는 곧 이사로 복귀할 움직임이다.

현대는 또 鄭회장이 직접 경영하는 이들 6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현대종합상사·현대생명·현대기술투자·현대선물·현대정보기술·현대이미지퀘스트(모니터생산)등 6개 업체는 매각·분사를 추진하고, 현대엘리베이터·현대석유화학 등 2개사는 외자유치 후 계열 분리할 방침이다.

이밖에 현대기업금융은 정몽일(8남)회장 몫으로 빠르면 연내에 계열분리 형식으로 분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鄭회장은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만이 남는 ‘미니 그룹의 총수’로 남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당초 뜻에 따른 후계 구도로서 정몽헌 회장(5남·건설그룹)·정몽구 회장(2남·자동차그룹)·정몽준 고문(6남·중공업 그룹)의 3형제 기업군으로 분리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왜 이런 선택했나=현대 관계자는 “鄭회장의 그룹 재편구도는 지난달 중순께 이미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가 귀국하기 전 금융 계열사를 미국 AIG그룹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鄭회장은 지난달 미국에서 현대건설의 자금난에 대한 실상을 보고받았다. 鄭회장은 이에 그룹을 재편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살리는 대신 일부 계열사를 포기하는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2일 귀국한 뒤 금융감독위원회와 외환은행 등 정부·채권단 고위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 이같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현대건설을 도와주도록 설득했다. 지난 3월부터 벌어진 형제간 경영권 다툼 때 비쳐진 ‘욕심(?)많은 회장’이 아님을 적극 설명했다는 것이다.

금감위가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고문을 설득해 도와주도록 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현대그룹측은 설명했다.

鄭회장의 이런 뜻은 한때 자신이 보유한 모든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는 쪽으로 전해졌고,현대전자의 해외매각 등도 정부·채권단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제시됐다.

미국 컨설팅전문업체인 아서디리틀(ADL)의 정태수 지사장은 “해외 투자자들은 아직도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와 내부 거래를 염려해 투자를 꺼리는 실정”이라며 “현대가 비록 막다른 길목에서 이같은 조기 계열분리 결정을 했지만 다른 재벌에도 경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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