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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깬‘650억 달러 사기’메이도프 150년형 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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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메이도프 사건은 평생 저축한 돈을 잃은 피해자들에게는 살인보다 더 중한 죄일 수 있습니다.”

 650억 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 혐의가 드러나 2009년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나드 메이도프(71)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 그해 메이도프는 6월 맨해튼 연방 지방법원에서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데니 친(58·사진) 판사가 담당 판사였다. 친 판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연방 고법판사로 지명돼 2010년 4월 상원에서 찬성 98대 반대 0으로 인준됐다. 현재 뉴욕주·코네티컷주·버몬트주를 관할하는 제2순회구 연방고법 판사로 재직 중이다. 친 판사는 당시 중형 선고 이유에 대해 “선량한 사람들의 ‘신뢰의 가교(bridge of trust)’를 깬 범죄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콩계 미국인인 친 판사는 180명의 미 연방고법 판사 중 유일한 아시아계다. 부친이 중국 식당 요리사, 모친이 직물공장을 다니며 친 판사를 공부시켰다고 한다. 차기 연방 대법관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자신의 모교인 뉴욕 포덤 로스쿨의 아시아 지역 방문 행사차 방한했던 친 판사를 최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 150년형을 선고한 이유는.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다.

 “판사로서 형을 부과하는 게 가장 어렵다. 메이도프는 고령이었다. 변호사들은 ‘출소해서 살 수 있는 희망이라도 달라’며 12년형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는 11가지였다. 양형 기준에 따르면 각각의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부터 최대 5~2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최소 20~25년형을 선고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그건 종신형이나 다름없다. 죄에 대한 형량을 한 개씩 더해보니 150년이 나왔다. 중대한 범죄는 중대한 처벌로 다스려야 하는데 이 건이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부인과 아들들의 은닉 재산에 대해서도 몰수 판결을 내렸다.”

 - 미국서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경향은.

 “미국에선 형제든, 부부든 죄는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둘 중 한 명은 용서해야 한다는) 그런 정서 자체가 없다. 연방 법원에서는 대기업의 탈세·횡령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도, 가석방도 없다. 델파이, 엔론 사태 등이 대표 적인 사례다.”

 - 판사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최근 한국에서 사회문제화 됐었다. 미국에선 어떤가.

 “최근 미국에서도 몬타나주 연방판사가 오바마 대통령을 흑인이라고 비하한 e-메일을 일본인 친구에게 보낸 것이 신문에 나서 문제가 됐다. 이 사안은 고용차별 사건에서 해당 판사의 재판을 받은 당사자가 ‘내가 흑인이라 당했다’고 하면 심각한 사안이 될 수 있다. 판사가 될 때 일종의 표현의 자유는 포기한 것 아닌가. 나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일체 안 한다. 동료 연방판사 중에서도 거의 없다.”

 - 기억나는 사건이 있다면.

 “몇년 전 한국 로비스트인 박동선씨가 연루된 사건을 맡았다. 유엔 차원에서 이라크 원유를 사서 이라크의 의약품 공급에 쓰자는 취지의 ‘이라크 오일 머니 프로그램’ 사건이었다. 여러 회사가 경합했는데 한 회사가 유엔 담당자에게 뇌물로 주라며 건넨 50만 달러를 박씨가 받았다가 기소됐다. 처음엔 5년형을 선고하려 했으나 수사에 협조해 37개월로 감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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