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리뷰] 잊기쉬운 꿈의 소중함 '도둑맞은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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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an who stole dreams
· 감독 : 조이스 보렌스타인(Joyce borenstein)

· 제작년도 : 1987년
· 러닝타임 : 11분
· 출시 : 라바필름(02-765-8312)
'우리가 다시 그려요'에 수록

프로이트의 견해에 의하면, '꿈'이란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욕망과 바람들이 표출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고 좌절된 욕구가 의식의 표면 아래 몰래 숨어 있다가 꿈속에서나마 제한적으로 실현된다고 볼 수 있다.

좀 우수운 예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인기스타와 놀이동산을 가서 데이트를 즐기는 꿈을 꾼다거나 아니면 복권에 당첨되는 꿈을 꾼다거나...등등의 깨고 나면 아쉽고 서글프지만, 눈을 감으면 너무나 사실적인 꿈꾸기를 우리는 일상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간다.

'The man who stole dreams'는 심리학자인 바바라 테일러 박사가 심리치료를 위해 쓴 책을 원안으로 만들어졌다. 특별히 이 작품은 정신과 치료과정에서 그룹 토의에 활용되는 교재로 권장되고 있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마치 유럽의 전래동화인 '피리 부는 사나이'를 떠올리게 한다. 한 남자가 어느 마을에 들어와 사람들이 모두 잠들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남자와 고양이만 빼고 모두가 잠든 깊은 밤, 그는 창가에서 마을을 살피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잠든 집에서는 꿈꾸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소녀 사라는 반짝이는 날개를 가진 새를 타고 날아다니는 꿈을 꾸고, 가게 주인 조는 바다에 가는 꿈을, 미술가 로츠는 그림 그리는 꿈을 꾼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꿈들이 하나씩 날아가 버린다. 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던 남자가 사람들의 꿈을 하나하나 훔쳐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사람들은 모두 꿈을 빼앗겨 버린 채, 잠도 못 자고 일도 못하며 피곤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판다는 수퍼마켓이 문을 열고 바겐세일을 시작한다. 악몽은 떨이로 판매하는 이 수퍼마켓에사람들은 모두 몰려가 꿈을 사기 시작한다.

해변 꿈은 얼마, 낮잠용 짧은 꿈은 얼마, 달콤한 아이스크림 꿈은 얼마 하면서 흥정이 벌어지고... 동생과 함께 꿈을 사려고 가게를 찾은 사라는 판매용 꿈을 담아놓은 상자 속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꿈을 발견한다. 사라가 자신의 꿈을 알아보자, 상자에 갇혀있던 꿈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꿈을 되찾게 된다.
결국, 꿈을 훔치는 엽기적인 범죄를 저질렀던 남자에겐 악몽만 남겨지고 그는 그 속에 갇혀서 고통을 당하는 형벌을 받는다.

이 영화는 소중한 꿈이 상품으로 변질되어 버리는 악몽 같은 현실을 크게 비판하고 있다.
소중한 가치를 갖는 꿈들이 획일적인 잣대에 의해 값이 매겨지고 거래가 되는 모습은 우울한 은유이다. 도저히 상품화할 수 없는 것까지도 상품화시키는 현실은 분노를 넘어서는 슬픔이다. 인간의 정신이나 마음, 영혼까지도 물질로 포장하여 소비하게 하는 현실은 미디어와 매체가 폭주하는 이 시대의 창백한 자화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만약에 우리가 밤마다 꾸는 꿈에 가격이 매겨진다면? 꿈을 훔친 남자는 어쩌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꿈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현명함을 갖추었을지도 모른다.
* 시카고영화제 수상

Joins 송유경 사이버리포터 <raba1895@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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