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진 배워 희망 찍는 노숙인 15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사진작가 조세현(54·오른쪽)씨가 ‘조세현의 희망 프레임’ 노숙인 수강생들이 찍은 사진을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27일 교육과정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았다. [사진 서울시청]

지난해 9월 천안역에서 노숙을 시작한 박영범(52·가명)씨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다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일자리를 잃고 늘 술에 찌들어 살던 그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올해 1월 서울행 전철에 무조건 몸을 실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서울 영등포역이지만 이곳에서도 노숙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절망에 빠져들 무렵 이곳 역무원의 소개로 노숙인 쉼터 영등포 보현의 집에 들어가게 됐다. 박씨는 이곳에서 진행되는 사진강좌 ‘조세현의 희망의 프레임’을 수강하면서 삶의 용기와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사진작가 조세현(54)씨는 “가족사진을 찍어 오라는 과제에 6명의 노숙인이 사진을 찍어왔다”며 “저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시작한 강좌는 6주 동안 증명사진, 스튜디오, 야외 촬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27일에는 제1기 교육과정을 마친 15명의 노숙인이 수료증을 받았다. 박씨는 “어둠과 좌절 속에 빠져있다가 사진을 찍으면서 세상에 빛과 희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호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5월부터 제2기 교육과정이 시작되고 8월에는 중급반이 개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코레일은 노숙인 20명을 선정해 일자리·주거비를 지원하는 ‘자립지원프로젝트’를 28일부터 실시한다. 6개월의 시범사업 기간 동안 서울시는 매달 25만원의 월세를 지원하고 코레일은 서울역 청소 일자리를 제공한다. 참가자는 1일 4시간, 월 15일 근무하며 4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최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