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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있다는 선임대 상가 주의보

조인스랜드

입력

[최현주기자]

일단 사두면 매월 월급처럼 일정한 금액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재테크 상품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아침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하지 않아도, 핏발 선 눈을 비비며 야근을 하지 않아도 월급처럼 매월 통장에 고정수익이 들어오는 것은 모든 직장인의 꿈일 것이다.

불황기에 몸값이 높아진다는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요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재테크 상품이 많지 않아서다.

오피스텔‧아파트단지 내 상가 등 다양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 공통적인 걱정은 공실이다. 예상보다 투자수익률이 낮아질 뿐 아니라 대출을 받은 경우 되레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요즘 상가시장은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는 선임대 상가 분양이 활발하다. 분양업체가 이미 세를 놓아 세입자가 해당 점포에 입점해 있다. 공실의 위험이 없는 것이다. 당장 세입자가 없더라도 일정기간 임대료를 대신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확정수익률 보장’이다.

공실에 대한 걱정이나 손해에 대한 부담으로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했던 이들은 솔깃하다. 그런데 투자에 앞서 반드시 확인해야할 부분이 있다. 해당 점포의 세입자가 ‘진짜’ 세입자인지 직접 알아봐야한다.

지난해 8월 선임대로 분양한 인천 A상가를 분양받은 허모(54)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는 사람 소개로 인천 00동에서 분양하는 상가를 보러 갔어요. 완공한지 5개월쯤 된 근린상가인데 전체 점포가 50개쯤 되더군요. 제가 분양받은 점포는 1층인데 두 달 전에 세입자가 들어와서 피자 장사를 하고 있었어요.

가게에 손님은 없었어요. 배달 중심이라 그렇다더군요. 주변에 아파트가 많아서 장사가 아주 잘된다고 하더라구요. 장사가 잘돼서 같은 층에 있는 미용실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00만원을 내는데 여기는 월 200만원을 낸다더라구요.

수익률도 좋은 데다 이미 세입자가 있어서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분양 받았죠. 그런데 등기 이전하면서 세입자가 급한 일이 있다고 보증금을 1000만원으로 낮추고 월세를 50만원 올려준다더군요. 월세를 더 받는 게 이익이다 싶어서 알았다고 했죠. 그리고 한달 후에 사정이 생겨서 나간다고 하더군요.

속은 상했지만 별다른 의심없이 보증금을 빼주고 분양업체에 연락했는데 자기들은 세입자를 이미 한번 구해줬기 때문에 다음 세입자를 구해줄 의무가 없다는 거에요.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듣고 보니 분양업체 말이 틀린 것 같진 않고 제가 운이 없었던 거라고 생각하고 인근 중개업소에 내놨죠.

그런데 웬걸요. 월 200만원은커녕 100만원에도 안 나가는거에요. 결국 5개월을 비워뒀다가 이번달 초에 월 80만원에 세를 놨습니다. 팔리지도 않아요. 뭔가 사기 당한 기분이에요.”

▲ 최근 선임대 상가들이 인기를 끌며 분양하고 있지만 주의해야할 점도 많다. 사진은 광교신도시의 한 상가 건설 현장

점포가 팔리면 한달만에 빠지는 가짜 세입자

허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됐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허씨는 그저 운이 없었던 걸까.

서울에서 선임대 상가를 분양하고 있는 분양업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아파트단지 내 상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벌써 5년 정도 상가시장은 침체라고 보면 되요. 경기가 안 좋다 보니 편법이 난무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어마어마한 돈 들여서 건물은 지었는데 산다는 사람이 없으니 속이 타죠.

요즘은 투자자 모으려고 선임대로 분양하는 경우가 많아요. 손해볼 일은 없다고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분양업체라고 무슨 마술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건에 맞는 세입자 구하는 것이 쉽냐는 거죠.

그래서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기도 해요. 가짜 세입자를 입점시키는 거죠. 사람을 고용해서 장사 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실제로 장사를 하기도 해요. 그리고 해당 점포가 팔리면 이런 저런 핑계로 바로 빠져나가는 거죠.

항의해도 분양업체 입장에서는 우린 세입자 구해줬으니 다음부터는 알아서해라, 이런거죠.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반드시 세입자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라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분양업체에 고용된 사람이라면 어딘가 어색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허씨의 이야기를 다시 보자. 허씨는 해당 점포를 방문했을 때 손님이 없었지만 배달 중심이라 손님이 없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다. 좀 더 꼼꼼했다면 손님이 많은 시간이 언제인지 묻고 그 시간에 다시 방문해 실제로 장사를 하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한다.

배달 중심이라 가게에 손님이 없다고 한다면 일정 시간 가게에 머무르면서 주문 전화가 오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장사를 하는 가짜 세입자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관련 등록증 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음식점의 경우 음식점 사업자등록증을 볼 수 있고 미용실의 경우 미용자격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다 확실한 방법은 매출 전표를 살펴보면 된다.

주변 상가보다 턱 없이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허씨의 경우 장사가 잘 돼서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는 미용실보다 월 100만원이 높은 임대료를 의심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장사가 잘 되더라도 신규 상가의 경우 같은 건물 내 점포의 임대료 차이가 크기는 어렵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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