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특집극 '황금시대' 성인층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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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힘있는 자들이 쓰는 거야. 역사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만드는 거야. "

'경성은행(京城銀行) ' '한성관(漢城館) ' '명성(明星) 호텔' 등 일제시대 소공동 금융가 분위기를 살린 경기도 의정부의 MBC야외세트장. 중소상인들을 대상으로 신용협동조합을 결성, 일본계 자본에 맞설 조선 청년 광철(차인표) 의 결연한 눈매가 빛난다.

드라마 '국희' 의 세트장을 개조, 증축한 이 곳에서는 MBC가 22일부터 방송할 창사 39주년 특별기획 수목드라마 '황금시대' (밤 9시50분) 의 촬영이 한창이다.

'황금시대' 는 일본 자본이 조선의 은행을 합병하기 시작한 1920년대 말에서 해방 직전까지를 무대로 일본계 은행과 토종 금융자본의 대결을 그리는 시대극. 히트 드라마 '국희' 의 이승렬PD와 정성희 작가가 연출.대본을 맡았고, 김종학 프로덕션이 외주 제작한다.

'황금시대' 는 일제시대에서 출발한 기업성공담인 점, 초반 5.6회에 성인 주인공 대신 아역배우를 내세우는 점 등 '국희' 의 성공요소를 고루 이어받으면서 스케일은 한층 키웠다.

어린 광철이 일본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아버지를 찾아 부산에서 시모노세키로 밀항하는 대목은 경남 진해에 새로 지은 야외세트와 일본 교토.나고야의 영화세트장을 빌려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다.

선굵은 줄거리에서 보듯 모처럼 성인 시청자의 눈높이를 겨냥한 드라마에 대한 기대는 출연진부터 컸다.

줄거리를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로스앤젤레스에서 찍을 예정이던 영화촬영을 내년으로 늦췄다는 차인표는 "내 연기인생에 전환점이 될만한 대작" 이라고 말했다.

통념상으로는 언뜻 배역이 바뀐 듯 했지만, 차인표는 카메라 밖에서의 부드럽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선하고도 강한' 주인공을 소화할 역량을 내비쳤다.

일본계 자본으로 은행을 경영, 광철과 경쟁하는 재훈 역의 박상원 역시 어느새 배역에 빠져든 듯 "재훈은 타고난 성품이 악한 것이 아니라 이념이나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이라면서 "당시 일본자본과 손을 잡고 은행을 키워내는 것이 더 빠른 길 아니냐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고 재훈의 논리를 조목조목 대변했다.

극중 바이올리니스트가 본래 꿈이었던 재훈은 어린 시절 광철과 우정을 나누기도 했던 사이. 만화적인 선악의 이분법 대신, 한층 입체감있는 인간드라마로 그려낼 예정이다.

이승렬PD는 "일제 시대 민족 자본계 은행이 40, 50개나 있었던 만큼 어느 한 은행이나 개인이 드라마의 모델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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